(81) 빈네오름-소박한 은비녀 닮아...일제 잔재 진지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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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한라산 아래 첫 마을인 솔도(화전마을)에 자리한 빈네오름. 여인네의 비녀를 닮아서 빈네(비녀의 제주어)오름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한자로는 채악(釵岳), 잠악(簪岳).

비녀를 닮아 빈네라는 이름이 부여된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이 오름의 한쪽이 뭉툭하게 불룩 솟은 것이 마치 옛날 시골 할머니들의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은비녀의 머리와 닮은 느낌이다.

먼 옛날 솔도는 제주지역 최고의 오지(奧地), 몇 안 되는 가구가 화전을 일구며 살았던 곳이다. 그러나 평화로가 개설되고, 인근에 몇 개의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오지의 분위기를 찾을 수 없게 됐다.

과거 교통이 불편했을 때 외부와 단절된 곳이었으나 지금은 세 개의 골프장과 골프텔 등이 들어서 있다.

빈네오름에 오르기 위해서는 평화로 새별오름 맞은편, 골프장으로 가는 도로로 진입한다.

빈네오름은 정해진 탐방로가 없고, 오르미들의 발길도 뜸한 곳이어서 이들의 발걸음으로 만들어진 길 흔적도 없는 외진 오름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제주대기오염집중측정소 인근에 주차하고 눈앞에 보이는 빈네로 향했다.

잔디광장 돌담을 넘어 삼나무 숲으로 진입. 정상 방향으로 50m를 옮기니 온갖 가시덤불이 앞을 가로막는다.

원래 가시덤불이 많은데다, 탐방객들의 발길조차 뜸하다 보니 한 걸음 한 걸음 전진이 쉽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며 먼저 다녀간 이의 발자취를 찾았지만 역시 몇 걸음 안 돼 또 가시덤불 장벽.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전정가위를 꺼내 몸뚱이 하나 겨우 통과할 공간을 뚫으며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드디어 정상.

정상부에는 일제가 파 놓은 진지동굴이 있다. 성인키를 훌쩍 넘기는 수직 진지동굴과 함께 아치형 바위 아래 5~6명이 넉넉히 앉아서 외부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 진지동굴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제주도민들이 피를 흘렸을까? 이 빈네오름 또한 제 살이 깎이는 아픔을 어떻게 감내했을까?

이 진지동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또 가시덤불을 헤치며 몇 걸음 옮기니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빈네 정상.

정상에서면 두 개의 골프장 전경과 함께 한대오름 너머 한라산까지 시선이 거침없이 내달린다.

그리고 안덕지역의 소병악, 대병악 등도 파노라마처렴 펼쳐진다.

빈네오름과 인근의 다래오름, 폭낭오름, 괴오름, 북돌아진오름, 왕이메오름 등 이들 오름군락과 주변은 과거 목장으로 이용됐던 드넓은 벌판이었다.

그러나 개발 여파에 여러 골프장들이 들어서면서 오름 허리가 잘리는 아픔을 겪으면서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돼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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