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17년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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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



남북한이 총리를 대표로 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 이래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한 역사도 올해로써 벌써 17년째가 된다. 고위급 회담을 통해 ‘민족적 화해를 이룩하고,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실현하여 민족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 역사적인 남북기본합의서(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한 것이 지난 1991년 12월이니까 긴장완화와 관계 정상화, 그리고 통일의 발판을 놓기 위한 체계적인 남북대화의 기록은 어느덧 성년의 나이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남북관계가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기본합의서가 채택된 이후 북한의 핵문제 의혹 때문에 이 ‘역사적인’ 문서의 실제 집행은 좌절된 바 있으며 잠수함 침투와 같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으로 남북관계가 긴장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DJ정권 출범 이후 2000년 6월에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바 있으며 작년 10월에는 핵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도 상호 교류·협력에 관해 ‘너무 많은 것을 합의한’ 제2차 정상회담도 열린 바 있다.



이러한 남북관계의 역사속에서 우리의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남관계에 대해 비교적 말을 아껴왔던 북한이 최근 서해안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등을 포함, 마치 봇물 터지듯 대남 비판의 위협적 언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어 남북관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북한은 급기야 지난 1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핵·개방 3000’으로 상징되는 우리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서 북한의 대남 비판은 이제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다.



남북관계 17년의 역사속에서 북한의 과거 행태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도발적 행동이 새삼 놀랄만한 것도 아니지만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나타나는 북한의 위협적 언행과 의도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또 어떠한 방법으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2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북한은 우리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다수 국민의 변화된 보수성향을 반영하여 예전처럼 과감한 대북지원을 펼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기대할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고 개방으로 나선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10년 이내에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3천달러에 이르도록 과감한 지원을 펼친다는 ‘비핵·개방 3000’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으나 북한은 현재로서 우리와의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도, 그리고 개방 의도도 없기 때문에 우리측으로부터 더 받아낼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북한의 대남 공세수위 강화는 우리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며 앞으로 우리보다는 미국 및 중국과의 대화와 거래를 중시하려는 신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최근 북한 언행에 대한 또다른 가능한 해석은 북한의 우리 정부에 대한 이른바 ‘길들이기’ 전략이다. 우리는 과거 7∼8여년간 남북긴장완화와 북한의 변화 촉진이라는 명목 아래 비료와 식량 등을 가급적 조건없이 지원해 왔는데 북한의 최근 행동은 우리 정부의 지원이 앞으로도 계속되도록 압력을 넣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즉, 북한의 행동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경제적 지원이 계속되면 긴장완화에 협력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긴장을 조성하겠다는 이른 바 ‘떼쓰기’ 전법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행동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물론 북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남북관계의 일시적 개선보다는 장기적으로 긴장을 근원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의 실천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관된 원칙의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상호성과 남북상생의 원칙을 강조해 왔다. 물론 상호성이라고 할 때 우리가 무엇을 지원하면 북한도 똑같은 양과 방식으로 화답하라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이며 남북상생도 남북 공존·공영에 대한 원칙을 공유하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향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간단한 원칙이지만 위의 2가지 원칙에 바탕을 두고 남북대화가 이루어 질 때 우리는 한반도의 진정한 긴장완화, 그리고 더 나아가 공고한 평화를 성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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