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 음식 문화는
한 그릇 음식 문화는
  • 제주신보
  • 승인 202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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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더 이상 정(情)도 아니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뜻도 아니다.

지구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시상황 버금가는 비상사태이다. 주말 내내 TV 앞에서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아직 치료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비말로 인한 감염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언젠가 지인들과 식사 자리에서 김치찌개를 시켰다. 종업원이 반쯤 끓인 찌개를 휴대용 버너 위에 올려놓으며 “좀 더 끓으면 드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간다. 국물 요리는 알맞게 끓어야 제맛이 나서다. 물론 앞 접시랑 국자는 준비됐다. 어릴 적, 가족끼리 한 그릇에 먹었던 생활에 익숙해 있는 우리는 습관적으로 숟가락으로 찌개 맛을 본다. 젓가락으로는 찌개의 김치를 한 개 집어 먹기도 하고, 찌개가 얼른 끓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용했던 숟가락으로 젓기도 한다.

기억 너머로, 아버지는 정갈하게 준비된 나무 반상에서 식사하고 다른 가족은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다. 두레밥상 위에는 양푼에 뜬 밥과 냄비 째 올린 찌개 그리고 보시기의 김치와 종지에 담은 젓갈이 전부이다. “밥 먹었어?”로 안부를 묻던 시절이라 그릇 장만하기도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면서 한 그릇 밥상 문화가 서서히 생기지 않았나 싶다.

친숙하고 향토적인 정서가 몸에 밴 우리는 한 그릇에 담은 음식을 여럿이 나눠 먹는 문화를 정이라 했다. 찌개는 한 냄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먹어야 제맛이라고 우기던 이들도 이제는 은근슬쩍 꽁무니를 뺀다. 가족도 때에 따라서는 개인 그릇을 사용하는데, 국물 요리나 반찬을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다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어서이다. 위생적인 식습관을 위해 국물 있는 음식은 개인 접시에 덜어 먹고, 반찬은 뒤적이지 않고 집어 먹는 식사 예절이 필요한 요즘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위장 질환이 많은 이유가 음식을 한 그릇에 먹는 문화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를 보더라도 건강은 바른 식생활 문화에서 온다는 데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누군가 공용 그릇의 음식을 개인 숟가락으로 떠서 먹을 때, 다른 누군가는 그 음식을 포기할 수도 있다. 곯은 배를 채워 줄 음식보다 단연 위생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한 그릇 음식 문화는 추억을 살리는 밥상 문화도, 한솥밥을 먹는다는 의미인 친분의 표현도 아니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더더욱 아니다. 한 그릇에 함께 먹는 음식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감염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새롭게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 접시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도, 바른 식습관에 대한 공감대가 절실한 이유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타액에 의해 감염되는 데 있다. 더욱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균이기 때문이다.

무심코 행하는 습관이 바이러스 전염에 취약하기에 올바른 식습관으로 코로나19에 조금이나마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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