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후의 값진 유산
반세기 후의 값진 유산
  • 제주신보
  • 승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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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순 수필가

오늘 보훈지정병원에서 정기 예약된 진료를 받았다. 장년(長年)에 접어들면서 병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진료를 마친 병원의 진료비계산서에는 환자 부담액 60%가 국가 부담으로 적혀있다. 처방된 약을 약국에서 구매할 때도 할인율이 적용된다. 보훈 가족이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이다. 지정병원에 입원하거나 외래진료를 받을 때 진료비 부담 혜택을 주는 국가를 생각하며, 작고하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아버지께서는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금성 화랑무공훈장을 수훈했다. 휴전협정 후 제대하여 궁핍한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 육 남매를 잘 키워주시고 세상을 떠나셨다. 재물은 넉넉하지 못했지만, 육 남매 공부시키고 건강한 몸을 주어 아들 삼 형제 모두 현역 군 복무를 마쳤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소시민으로 살아가지만, 우리가 국가에 등록된 보훈 가족임이 떳떳하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께 정부에서 금성 화랑무공훈장을 서훈했을 때는 1954년 4월 20일이었다. 그 훈장을 반세기가 훨씬 지난 2012년에야 아들이 대신 받았다. 그간 국방부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반세기가 넘도록 상훈 행정이 정지 상태였다. 정부를 탓하고 싶지만, 그나마 빛나는 훈장이 영구히 묻혀버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할까.

3여 년 동안 조국 산하를 핏빛으로 물들였던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 휴전상태이다. 사선을 넘나드는 전장에서 오직 애국충정으로 투혼을 불태웠을 아버지의 기개가 상념을 채운다. 포성이 멎은 지도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한반도에는 대립하는 적대적 이데올로기로 항시 긴장감이 드리워져 있다.

나는 전쟁을 경험치 못했지만, 처절한 한국전쟁의 비극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오직 조국을 지킨다는 일념에 장렬히 산화한 호국 용사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통한의 세월을 살아가는 수많은 유가족, 비탄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았다.

한반도에 미완의 평화가 지속하고 있지만, 안보의 위험은 항시 도사리고 있다. 언제 또 적의 도발이 이어질지 모른다. 투철한 국가관과 굳건한 안보의 기반 위에 든든한 국방력을 유지해야 한다. 우방국과의 동맹이 견고하게 유지되어야 하며 외교 관계도 중요하다.

병무청에서는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의 자긍심을 높이고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병역명문가 선양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 가문은 2011년 병역명문가에 선정되었다. 아버지와 손자까지 삼대(三代)에 걸쳐 남자 8명 모두 225개월의 현역 복무를 명예롭게 마쳤다. 병역명문가는 ‘병역명문가 명예의 전당’에 영구 게시되며, 각종 문화·관광시설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정부에서 선정한 병역명문가라는 명예로움이 뿌듯한 자부심으로 승화된다.

국가유공자, 병역명문가라는 값진 유산을 남기고 가신 아버지 환상을 그리며 나는 되뇐다.

‘빛나는 무공훈장을 반세기가 훨씬 지나서야 아버지 영전에 바치게 되었사오니, 이제라도 기뻐하십시오.’

‘금성 화랑무공훈장과 병역명문가 중서는 거실에 걸어놓고 매일 보고 있습니다.’

‘전몰장병의 고귀한 희생과 국가유공자의 빛나는 공훈이 있었기에 오늘에 영광된 조국이 있습니다.’

‘병역명문가와 보훈 가족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안보 구현에 앞장설 것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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