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는 생선 자주 뒤집으면 먹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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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어떤 일이든 조바심을 내면 망칠 확률이 높다.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노자는 지도자란 이런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듯 해야 한다(治大國, 若烹小鮮)”라고 했다. 작은 생선을 굽거나 볶을 때 언제 익을까 하며 이리저리 뒤집거나 마구 휘저으면 살이 부스러져 먹을 게 없다.

백성을 다스릴 때도 진득한 마음을 갖고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도와준다는 명분을 앞세워 법이나 명령을 변덕스럽게 자주 바꾸거나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하면 백성에게 고통만 줄 뿐이다.

이는 발묘조장(拔錨助長)이란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내기한 후 얼마까지 성장이 느린 것은 벼의 이치다. 이를 안타까워서 빨리 크게 하겠다며 줄기를 족족 뽑아줬다간 말려서 죽이기 십상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주말을 고비로 1일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처럼 두 자릿수가 된 건 지난달 21일 이후 23일 만이다. 지난달 21일 74명에서 22일 190명이 된 후 연일 100명 이상 발생했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은 낙관하기에 이르다.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줄었다지만 곳곳에 뇌관이 숨어 있다. 콜센터와 요양원에 이어 종교시설을 매개로 한 집단감염이 변수로 떠올랐다. 바이러스는 다중이용시설 등에 암중비약하며 호시탐탐 때를 노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 소리 없이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젠 중국을 넘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 남미로 번졌다. 그 국가만 120여 개국에 이른다고 한다. 그야말로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이다.

이전에 섣부른 낙관론을 펼쳤다가 동티난 사례도 있다. 신천지나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등도 모두 정치권의 자화자찬식 발언이 있었던 직후에 터졌다.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식의 희망 섞인 발언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무차별적으로 퍼졌다.

▲라면을 요리할 때는 금방 물이 끓어오르는 냄비가 제격이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푹 고아야 하는 사골곰탕에는 뚝배기가 안성맞춤이다. 코로나19 극복도 마찬가지다. ‘뚝배기 근성’으로 무장해야지, ‘냄비 근성’으론 어림도 없다.

미국 등으로부터 “한국처럼 해야 한다”는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은 이 말에 ‘뿅’ 가선 안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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