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過故鄕/微韻(고향을 지나가며/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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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錦山 趙龍玉(작시 금산 조용옥)

拿蝶童時似昨機 나접동시사작기 나비 잡던 어린 시절 엊그제 같은데

白駒過隙古來稀 백구과극고래희 눈 깜박할 사이에 고희를 맞이하는구나/

榭彭木滅路新變 사팽목멸로신변 정자 팽나무 사라지고 신작로로 변했구려

同硯朋散追憶微 동연붕산추억미 동창생 벗들 흩어지고 추억만이 어렴풋하네/

上仰虛空天舊樣 상앙허공천구양 허공 우러러보아 하늘모습 그대로인데

下瞻黃土汗親輝 하첨황토한친휘 누런 땅 내려다보니 부모님 땀방울 빛나네/

常勞作筆可觀景 상로작필가관경 일하며 글 쓰며 아름다운 경치 볼 수 있어

有祖恩光只謝祈 유조은광지사기 조상의 은광에 다만 감사 기도할 따름이여/

■주요 어휘

=나비 접 =같을 사 白駒過隙(백구과극)=흰 말이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듯이 눈 깜박할 사이라는 뜻으로,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감을 이르는 중국 고전에 나오는 장자(莊子)의 말 =틈 극 古來稀(고래희)=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의 준말. 사람이 일흔 살까지 살기란 예로부터 드문 일이라는 뜻 =정자 사 彭木(팽목)=팽나무 路新(노신)=新作路(신작로). 새로 만든 길이라는 뜻으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게 새로 낸 길을 이르는 말 同硯(동연)=같은 벼루. 동창생을 일컬음 =우러를 앙 =바라볼 첨

■해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동네 어귀에서 구슬치기하고, 여름이면 매미 잡고 봉천수 못물에서 개구리헤엄 치던 코흘리개 시절이 있었다. 학창시절 책가방을 등에 메고 매일 고향 납읍에서 애월로 머나먼 거리를 등하교하여 발·다리가 고생하던 때도 있었다. 보리밥 된장국에 마농지(마늘장아찌) 반찬이면 여름 더위를 거뜬히 이겨내던 배고픈 시절도 있었다. 주말이면 마음껏 놀고 싶지만 부모님의 등살에 밭에 나가 일하며 일손 돕는 일을 밥 먹듯이 하던 고달픈 환경도 있었다. 크고 작은 병환에도 동네 침술사를 찾아 침 한 방 맞으며 고통을 인내하던 위험한 시기도 있었다.

직장인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짐을 짊어지고 쉼 없이 삶의 고개를 넘다보니 어느덧 고희(古稀)가 되었다. 고향 땅을 지나며 흘러간 세월 모든 상념들이 아련히도 되돌아가고픈 추억으로만 남는다. 보람된 삶과 한 많은 세월의 엮임 속에 삶의 풍파를 넘고 넘어, 다만 지금이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조상의 은덕을 찬미하며 모자라지만 칠언율로 한 수 지어 보았다. <해설 금산 조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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