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드라마에 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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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한·중·일 국민들의 애독서를 들라면 소설 삼국지를 빼놓을 수 없다. 사이토 다카시(일본 메이지대학 문학부 교수)는 그의 저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에서 삼국지가 흥미 있는 이유를 이렇게 한 줄로 명쾌하게 설명했다. “위·촉·오 삼국의 세력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나름대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의 리더를 봐도 그렇다. 위의 조조, 촉의 유비, 오의 손권을 비교하면 조조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성했다고는 하나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 없다. 천하삼분(天下三分)으로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유지했다.

사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승부는 뻔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승패는 병가지상사(勝敗 兵家之常事)였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었다. 비록 삼국은 최종 사마의의 손자인 사마염의 수중에 들어갔지만, 독자들은 지금도 그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고 보기에 관전하고 있다.

▲삼국지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4·15 총선 때문이다. 선거에서 승부를 가르는 3대 요소라면 인물, 구도, 바람을 든다. 정당들도 이에 맞춰 전략을 마련했다. 나름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물갈이도 단행했다. 지역구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27.9%, 미래통합당 43.5%에 이른다.

싸움을 유리한 구도로 만들기 위해 소위 ‘자객(刺客) 공천’도 동원했다. 눈엣가시 같은 상대방의 유력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혀 정치판에서의 존재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들겠다는 심사다. 몇몇 선거구는 자객과 자객끼리 맞붙는다. 물론 사주를 받은 자객이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내 3개 선거구의 대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총선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처음 실시한 언론 4사(제주新보·제주MBC·제주CBS·제주의소리)의 3차 공동 여론조사(본지 3월 19일 자 1·2·3·4면 보도·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봐도 알 수 있다. 삼국지처럼 큰 쏠림이 없다. 향후 바람의 방향과 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진검승부는 오리무중으로 빠져들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삼국지의 재미 요소로 또 하나를 추가했다. “경쟁자와 고난이 있고, 드라마틱한 과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총선 드라마를 여기에 대입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등장인물과 대강의 줄거리를 안다고 그 결말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눈을 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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