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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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우리 헌법 제1조 ②항은 국민 주권에 대한 선언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주권을 헌법에 명시한 국가는 많다. 삶의 실제에서도 선언적인 명시처럼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 행세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가 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고 있는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나치의 공안 통치처럼 의회의 압도적 다수에 의해 독재 권력이 가능하도록 법을 만들어 나라를 다스리는 경우다. 또한 국민이 잘못된 선택으로 스스로 노예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 제1의 석유 매장량으로 남미 최고 부자 나라였던 베네수엘라가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몰락했다. 그 원인을 살펴보노라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어떻게 정부의 노예로 전락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1970년대에는 스페인보다 국민소득이 높고 민주적이며 안정된 생활환경이었다. 지금은 극심한 인플레로 현지 화폐는 쓸모가 없는 종잇장에 불과하다.

국유화된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다. 석유 의존도는 90% 이상이다. 석유 값이 좋았을 때는 그 수출로 얻은 많은 돈을 선심성 무상복지에 투자했다. 유가가 폭등할 때는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급격히 좋아지기도 했다. 그 덕에 국민은 무상복지 혜택을 누리며 호의호식할 수 있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유가가 하락하자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도 정권의 기반인 저소득층에게는 생필품이나 식료품 가격을 동결시키기도 했다. 그 여파로 그와 관련된 산업은 줄도산을 맞았다.

사회주의 정권이 석유만 믿고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다 국가 재정은 바닥나고, 국영기업의 노후화된 설비와 낮은 생산성 때문에 생필품과 식료품은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없게 되었다. 수입도, 생산도 못하니 국민은 기아에 허덕인다. 이웃 나라인 콜롬비아와 브라질로,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과 캐나다로 탈출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포퓰리즘의 혹독한 대가다. 한때는 빈민들도 국가의 주인으로 당당한 목소리를 내며 정권 창출의 주역임을 자부했다. 이제는 정부의 보조를 받으려면 자신들의 행적이 고스란히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 포착되는 중국산 칩이 박힌 ‘애국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정부에 순응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자신들이 선택한 정권의 노예가 된 것이니 어쩌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표를 가진 유권자의 요구대로 퍼주려 하는 게 정치의 속성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선거 정국이 맞물려 돌아간다. 나라의 곳간을 생각지 않은 온갖 포퓰리즘 정책들이 난무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는 것을 기화로 불특정 다수에게 현금 지원 등 세금 쏟아붓기를 시도할 개연성이 높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할 것이다. 표심마저 그런 꼼수에 영합하여 공짜를 좇다가는 우리 경제도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나라의 경제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우리도 정부의 지원에 목을 매야 한다. 빈곤의 멍에는 오직 국민의 몫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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