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장난
무당의 장난
  • 제주신보
  • 승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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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무당이라는 직업은 남의 미래나 길흉화복을 예측하면서도 외면받아왔다. 이런 대접은 색안경을 쓴 편견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몇몇 무당은 돈벌이에 급급해 굿을 권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해 근심을 만들어낸다. 물론 착하고 아름다운 열정을 피우는 이들도 있지만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무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보다는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가져보자

찾아온 손님은 이제 대학에 입학하는 딸이 얼마 전부터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털어놨다. 활발한 성격에 나름 모범생이었는데 돌아가신 시아버지처럼 사사건건 간섭이요, 살림을 못한다는 핀잔도 모자라 술까지 마신단다. 불쑥 친척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섭섭하다는 원망과 욕도 서슴지 않는단다. 생전에 할아버지의 사랑과 예쁨을 독차지해서 그런가 하고 애써 위안했는데 점차 증세가 심해진단다. 동네가 한적해서 소문은 안 났지만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해 찾아왔다며 아이를 봐서라도 동행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해 질 무렵에 도착하니 그의 딸은 천진난만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싸우자고 시비조였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냥 평범했다. 부적을 꺼내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몇 마디 이야기로 경계심을 풀고 근간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한참을 생각하다가 얼마 전 아이 학교 문제로 점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팔자가 세서 결국에는 자신과 같은 길을 갈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단다. 두고 볼 수가 없어 모녀를 앞세우고 그 무당집에 들어서니 중년의 부인네가 누구신데 귀신을 모시고 오셨냐고 바짝 엎드렸다. 그래도 보는 눈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지만 책임 없는 발언은 큰 잘못이었다.

자초지종을 따지고 이들에게 한 말이 진짜냐고 물으니 변명 일색이었다. 자식을 키우면서 그러면 안 된다, 당신의 처지를 보니 남편이 어딘가에 갇혀 있는데 그건 나에게 맡기고 진심만 보여달라고 다독이니 그제야 사태 파악을 했는지 미안하단다.

소녀의 증상은 여린 감정에 왠지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아서면서도 못내 아쉬운 숙제가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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