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긍심을 잃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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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사방에서 꽃 소식이다. 봄은 농익어 가는데 막상 즐겨야 할 상춘객들은 몸을 사린다. 강박관념으로 하루에 수없이 씻는 손은 까칠하다. 식기를 끓는 물로 소독해도 미덥지 못하다. 희망의 계절에 나라 안팎이 심란하다.

신문을 들춰보고 혹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TV를 켜보곤 절로 한숨이 나온다. 불안한 마음이 정서 불안증 걸린 것처럼 서성거린다. 난데없이 목이 따끔거리고 헛기침이 나오는 포비아 현상은 나만 겪는 일일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 속으로 내몰고 있다. 하버드대 마크 립시치 전염병학 교수의 세계인 40~70%가 감염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이 될 것 같다. 바이러스는 진화를 거듭하며 돌연변이를 낳고 막강한 전파력을 일으킨다. 매일 전염병과의 싸움이 전쟁처럼 느껴진다.

국민들의 일상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더니, 약국 앞에서도 긴 줄이 꼬리를 잇는다. 전염병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의 나약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한 장의 마스크는 나를 보호하고, 혹 타인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예의처럼 됐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들과 마주쳐도 어색하게 눈인사만 나눈다. ‘사회적 거리두기’ 라는 낯선 용어는 우리 사회를 우울하고 답답하게 만든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보다 정작 마스크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다. 이제는 차분하게 대처하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무조건 사고자 애쓰지 말고, 상대적으로 더 힘든 지역에 양보하고 나누어 쓰는 배려가 필요할 때다. 너도나도 마스크에 우왕좌왕 휘둘리면 상황은 좀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WHO는 뒤늦게 코로나19를 ‘세계적 유행병’으로 선언했다. 지구촌 곳곳으로 빠르게 번져 가는 추세로는, 마스크 부족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울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여러 국가에서 한국인에게 입국 제한 조치라는 빗장을 걸더니, 이제는 국경 폐쇄에다 비상상태를 선포할 만큼 전전긍긍하고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격리되었다 돌아오는 걸 보면서, 어쩌다 우리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힘들게 쌓아 올린 세계 경제 대국 10위권 자긍심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국민의 보호를 위하여 당연한 일이 됐다.

중국 우한으로 전세기를 띄워 교민을 실어 나를 때만 해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심적 고통으로 피곤에 전 모습으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걸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라의 소중함, 나라 없는 국민이 어디 있으며 국민 없는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가슴에 닿았다.

두려움과 고통으로 병실에 갇혀 있는 환자들을 위해, 몇 겹의 방호복을 입고 땀으로 뒤범벅이 된 의료진의 노고와 헌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의료진과 의료기술을 갖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 격려하고 안위를 챙기는 여유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이성적으로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충분히 이 고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병세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더니 집단 수용시설에서 잇따라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끝내기가 더 중요하다. 3월의 텅 빈 학교 운동장에 태극기만 나부낀다.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처럼, 대한민국의 자긍심 회복을, 국민들의 평안한 일상이 속히 돌아오기를 고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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