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구역 침입자, 정일남
자식이 많으면 관리하기 힘들다 나는 많은 자식을 볼펜으로 묘사해 놓았다
서랍 속의 자식들은 말이 없으나 쌓아두고 청탁이 오면 몸단장해 보낸다
장마철에 습기가 차면 자식들을 꺼내 햇볕에 내다 말리기도 한다 (시 서랍속의 자식들 中)
정일남 시인은 최근 자아와 자연과의 교감을 필터 삼아 진솔하게 풀어낸 시 80편을 모아 시집 ‘금지구역 침입자’를 펴냈다.
정 시인은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가진 예술가가 아니다. 그는 투박하고 거친 손을 가진 노역자다. 시는 물질이 아니기에 그의 삶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시인은 시를 통해 정신적 위로를 받으며 힘든 삶을 버텼다. 시어들로 모든 갈등과 고뇌를 치유하고 시쓰기의 진정한 창조를 모색한다.
그의 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인간적 진리를 추구하며 구도적 삶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정 시인의 시를 통해 삶의 의미를 떠올려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정 시인은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쓰고 시를 마음에 쌓아두고 사니 부러운 게 없었다”며 “시를 쓰면서 행복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쓰고 시의 삶을 살면서 겸허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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