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거리두기
  • 제주일보
  • 승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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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주 수필가

지구는 지금 세균과의 전쟁 중이다. 상대는 무기보다 무서운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적을 알고 나를 알자’는 전략도 무색할 만큼 전파가 빠르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일상이 파괴되고 마음이 혼란스럽다. 각 분야에서 규정하던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 중이다.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재래시장에 갔다. 상인들의 표정이 생동감 없어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북적거리던 시장 골목이 한산하기 그지없다. 지나가는 사람들 역시 눈으로만 볼 뿐 활발한 흥정이 이루어지질 않는다. 도라지 좀 살까 해 가게에 들렀다. 도라지보다 인삼이 제철이니 무조건 믿고 먹어 보란다. 무조건 믿고? 판매자와 구매자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일임을 일깨운다.

코로나19 여파로 크고 작은 업체들이 위기상황이다. 비정규직 분야와 소상공인, 그날그날 일을 해 먹고사는 사람들의 일감이 끊어졌다. 어느 날, 마트 입구 여행사가 사라지고 빈 공간만 허전하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어두운 터널 같은 기분, 그 답답함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토닥이는 언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따뜻함, 감사, 나눔, 헌신, 봉사, 협조, 격려, 희망…. 들을 때 마다 긴장하던 마음이 조금씩 평온해짐을 느낀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퇴원하며 창문에 붙여놓은 메모장이란다. 마음을 담은 따뜻한 말 한마디야말로 큰 힘이 된다는 어느 자원봉사자의 이야기다.

입는 데만 20분이 걸리고 한 번 입으면 12시간 이상 입고 있어야 한다는 방호복. 화장실을 가는 것도, 물을 마시는 것도, 허락지 않는 상황이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을 쉬면 이산화탄소가 다시 눈으로 들어와 따가워지기 시작한단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 그러다 실수로 바늘에 찔리기라도 하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초를 다투는 지옥 같은 현장에서 그들이 감내해야 할 무게가 얼마나 큰지, 힘내라고 용기를 가지라고 마음으로나마 응원하고 또 응원했다.

지금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질병관리본부에서 권장하는 행동수칙을 따르고 잘 지키는 것이야말로 내가 할 최선이라 생각했다. 오랜 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살이 부풀고 짓물러도 그 위에 밴드를 붙여 가며 고군분투하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다. 밴드를 붙인 자국이 천사들의 훈장이라며 사람들은 감사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훈훈하다. 전국에서 크고 작은 후원금이 전달됐고 모두 한 마음이 되었다.

외국인이 말하길 한국인은 참 이상한 민족이라고 한다. 태안 기름유출 사건과 메르스 발생 때도 그렇고, 세계 각국에서 극찬한 코로나19 대응 방식도 마찬가지, 어려운 일만 생기면 똘똘 뭉쳐 하나가 된다고.

지금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익히 잘 안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함께하지 않아야 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말,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은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 질 수 있다. 전화로 문자로 메일로 안부를 전하며 조금만 더 힘내보자.

대한민국 국민은 지혜롭고 자랑스러운 민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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