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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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논설위원

요즘 바이러스 유행 때문에 가능한 집안에서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최선이 되었다. 식당에 가거나 결혼 잔치, 장례식장 등에서 음식을 함께 먹는 것도 감염을 무릅쓰는 모험이 되었다. ‘우한 폐렴’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던 지난 설 무렵부터 두 달이 지나는 동안 전염병은 인류에게 활동의 부자유와 심적 두려움도 함께 퍼뜨리고 있다.

얼마 전 오름을 찾다가 입구를 몰라서 시골 마을을 헤매게 되었다. 차를 세우고 지도를 보는데 차창을 두드리며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왜 차를 세웠느냐’고 물었다. 창을 내리니 그는 얼른 고개를 돌리면서 멀찍이 떨어져 섰다. 오름 입구를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 아시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험악한 표정으로 돌아서면서 ‘그 정도는 알아서 가든지 말든지 하고, 어서 차나 치우라’면서 가버렸다.

그 적대적인 태도의 원인을 찾다가 내가 차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마스크를 하고 있었는데도 불안하여 거리를 유지하면서, 바이러스처럼 나를 몰아내려던 것이었다. 제주에 코로나19 환자들은 모두 외지에서 바이러스를 품고 온 사람들이니 그럴 만도 하다. 바이러스 보균 가능한 사람이 맘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이다.

한 사람의 건강 여부가 지역 사회, 나아가 국가와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뒤흔들 수 있으니, 인류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또 사람을 피하는 삶의 방식은 모든 분야에서 피폐해 지는 길이라는 것도 드러난다. 만남과 교류가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생활에 필수임을 절감하고 있다.

여러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 혹은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도록 하면서 대중교통 이용 횟수와 모임 규모를 줄이고, 대학도 온 라인 강좌로 개강을 대치하였으며 아이들은 아직 학교에 가지 못하고 다. 여러 기관이 휴관이라서 컴퓨터 접속과 휴대전화, 유튜브 동영상 이용이 더 잦아졌다. 이제 인류의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쓰고 사회 구조를 재편집해야 될 것인가 할 정도이다.

목숨을 마스크에 의존하면서 모두 이런 상태가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지만, 그 것이 언제쯤 될까 걱정이다. 페루의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 흡혈박쥐를 연구하면서 학자들은 광견병을 예방하고 발생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등, 질병을 원천부터 차단할 방법을 모색해 왔지만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말라리아 백신도 백여 년 전에 만들어졌으나 해마다 수만 명이 말라리아로 죽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면역학자들은 말라리아를 근절할 새 백신을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시일이 지나면 이 바이러스도 숙주에게 맞추어서 변형되고 사람도 차츰 그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는 동안 얼마나 피해가 클 것인가. 그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도 없고 치료약을 만드는 것도 시일이 걸리니. 이웃 나라 먼 나라 관계없이 다 함께 그 길을 찾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즈니쉬는 죽음을 ‘삶의 절정, 마지막에 피는 가장 아름다운 꽃, 삶은 죽음을 향한 순례’라고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죽음을 최대한 미루고, 불행이니 절망이니 하면서도 통째로 삶을 버리라면 절대 사양이다.

삶이라는 배를 타고 항해를 하다가 낯선 해변에 홀로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면 얼마나 두려 것인가. 마스크 세상에도 일찍 핀 봄꽃들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지구 온난화를 보여주는 듯 또 수심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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