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대도 사정 마찬가지…개강 특수 실종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제주지역 대학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일제히 온라인 강의 기간을 연장하면서 대학가 상권이 울상을 짓고 있다.
1일 오전 11시 제주대학교 정문. 평소라면 학생들로 북적여야 할 거리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학교가 개강 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몇몇 학생과 인근 시내버스 회차지를 오가는 2, 3명의 운전기사만 보이며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16일 개강한 제주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학사일정 조정을 통해 2020학년도 1학기 비대면 강의 기간을 애초 이날부터 4월 4일까지로 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음에 따라 온라인 강의 1주 연장을 결정해 비대면 강의 기간을 4월 11일까지로 늘렸고, 이틀 뒤인 13일부터 대면 강의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대 정문 인근 한 교재 제작 및 파일 출력 전문 업체는 학생들의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면서 매출이 1년 전과 비교해 90% 이상 줄었다.
직원 오모씨(36)는 “새 학기면 교수들이 보내오는 파일을 인쇄해 교재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판매하지만, 수업이 모두 온라인 강의로 대체돼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교재가 아닌 파일을 통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씨는 또 “교수들의 세미나 자료를 책자 형태로 만드는 작업도 하지만, 코로나로 다 취소돼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평소였으면 학생들이 줄을 섰을 인쇄 전용 컴퓨터에도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이 자주 찾던 인근의 한 음식점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음식점 안에는 버스기사 3명만이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음식점 대표는 “작년 이맘때보다 매출이 40% 넘게 떨어졌다”며 “벚꽃 구경을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이 정도”라고 한탄했다.
제주대 일대 상권은 주변에 다른 상권이 없는 위치 특성상 대다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상인들의 타격이 더욱 큰 상황이다.
제주한라대학교 인근 상권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날 학교 일대에서 거리를 걷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라대는 학사 운영 변경을 통해 개강 후 2주간으로 계획했던 온라인 수업을 이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근의 한 카페 관계자도 “공강 시간마다 학생들이 많이 모여 그 매출이 컸는데, 코로나로 대면 수업이 언제쯤 이뤄질지 기약이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며 “영업을 당분간 중단할까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인근 상권은 방학기간 급감한 매출을 3월과 4월 두 달간 주로 채워야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개강 특수’가 실종된 상태다.
게다가 타 지역의 경우 온라인 강의 일정을 5월까지 연장함에 따라 도내 대학들의 비대면 수업 일정도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상인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