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호가 건조된 곳…슬픈 역사를 품은 땅
타이타닉호가 건조된 곳…슬픈 역사를 품은 땅
  • 제주신보
  • 승인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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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트레킹
대규모 타이타닉 단지 조성
벨파스트 관광 명소로 자리
구교도 거리 명소 벽화 건물
신교도 거리 곳곳 추모 현장
평화의 벽으로 두 거리 막혀
타이타닉 박물관 전경. 거대한 크루즈 선의 뱃머리 3개를 조합한 형상이다. 건물 대부분은 3000개 이상의 개별 알루미늄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중앙의 전체 유리는 크리스탈로 표현되어 얼음(빙산)을 뜻하고 뱃머리 모양의 알루미늄 판넬들은 파도를 뜻한다고 한다.

영화 타이타닉의 엔딩 장면은 언제 봐도 감동이다. 노파가 된 여주인공 로즈가 잠자리에 들고, 평생 잊지 못했던 남자 잭을 만나러 꿈속으로 떠난다. 깊은 바다 어둠 속 타이타닉 호에 불이 켜지면서 선실 문이 열린다. 오랜 세월 배와 함께 가라앉아 있던 승객들이 길게 도열하여 그녀를 반긴다. 그리곤 계단 위에서 로즈를 반기는 남자 잭, 모두의 박수 속에 둘은 포옹한다

영화 초반엔 주인공 잭을 중심으로 한 아일랜드 인들의 3등 객실 풍경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춤추고 노래하는 낙천성이 돋보인다. 가난하지만 차갑지 않고 서로 도우려는 마음 씀씀이들이 정겨워 보인다

타이타닉호는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서 건조됐다. 영화에서 보았듯 첫 항해에서 빙산과 부딪혀 침몰했다. 1912년 승객 2200명을 태우고 뉴욕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추모의 일환으로 벨파스트시는 사고 100주년에 맞춰 대규모 타이타닉 단지를 조성했고, 10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벨파스트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혔다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지만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땅이다. 벨파스트 여행에선 타이타닉 단지 트레킹과 아일랜드 역사 탐방을 함께 하면 짜임새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

라간 강을 건너는 인도교, 라간 위어 모습. 라간 위어에서 타이타닉 도크까지 강변길이 이어진다.

타이타닉 트레일

타이타닉 트레일은 벨파스트의 젖줄인 라간 강을 따라 시원하게 이어진 4도심 해안 길을 걷는다. 벨파스트 시청이 시작점이고 타이타닉호가 처음 바다에 띄워졌던 강 하류 도크가 트레일 종착점이다

시에서 타이타닉 단지를 조성할 때 트레일도 함께 지정했다도시 자체로는 런던, 에든버러, 더블린 등에 비해 볼거리가 적지만, 도심 트레킹 코스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시청 옆 타이타닉 추모 가든에서 희생자 1512명의 이름들이 촘촘히 새겨진 추모 조형물 등을 둘러보고 나오면 라간 강 앞 퀸스 광장을 지난다.

인도교인 라간 위어(Weir)를 건너고부터는 트레일 종착점인 타이타닉 도크까지 계속 강변길이다

타이타닉 트레일의 압권은 역시 타이타닉 박물관이다. 거대한 크루즈 선의 뱃머리 3개를 조합한 형상의 멋진 건물 앞에 녹슨 이미지의 타이타닉 철판 로고도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박물관을 보고 난 뒤 슬립 웨이를 따라 시작되는 도크까지 탁 트인 공간 1를 걸으면, 100여 년 전 갓 건조된 타이타닉 호가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육중하게 바다 위로 진수되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구교도 거리인 폴스 로드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바비 샌즈 벽화 건물 모습.

·구교도 거리

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남과 북으로 분리됐다. 외관으론 우리 한반도와 닮은 상황이지만 내면은 다르다.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신교와 구교, 종교의 차이다

북아일랜드 인구로 보면 가톨릭이 다수이고 개신교는 소수다. 그러나 사회적 위치는 반대다. 모든 이권과 상권을 거머쥔 영국계 개신교도들이 주류를 이룬다

벨파스트는 라간 강을 기준으로 동부와 서부로 나뉜다. 동부는 거의 대다수가 개신교들이다. 지리적으로 영국과 조금 더 가까운 탓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서부는 개신교가 소수지만 사회적 우위를 점하고, 가톨릭이 다수지만 삶은 열악하다

이곳 서부의 구교도(가톨릭) 거리와 신교도(개신교) 거리를 거닐어보면 북아일랜드의 과거와 현재가 극명하게 조명된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750년 역사가 압축된 곳이다

시청 북쪽의 노스 스트리트를 따라 걷다가 야트막한 언덕 피터스 힐을 지나면서부터 서쪽으로 2가 신교도 거리인 샨킬 로드(Shankill Rd)

이 일대는 15세기 이후 밀려들어 온 영국계 개신교도들의 땅이다. 독립을 외치는 IRA(아일랜드 공화국 군)와 영국 간의 오랜 세월 피의 분쟁이 반복됐던 곳이다

외관상 깔끔하고 깨끗한 거리지만 분쟁과 테러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IRA에게 희생당한 개신교도들의 사진과 추모 현장들이 거리 곳곳에 이어진다

샨킬 로드 남쪽 인근엔 구교도 거리인 폴스 로드(Falls Rd)가 남서쪽으로 3.5이어진다. 오래전부터 조상 대대로 살아왔거나 신교도들에게 밀려난 원주민 가톨릭교도들이 밀집해 사는 거리다

건물과 거리의 조형물과 사람들 모습도 신교도 거리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 거리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비 샌즈 벽화 건물이다.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외치며 옥중에서 단식 투쟁 중 198127세 나이로 생을 마친 젊은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특사를 파견해 설득하는 등 전 세계가 만류했지만, 바비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고 단식 66일 만에 생을 마쳤다. 폴스 로드 49번지에 위치한 신페인 당 건물 측면 전체가 그의 초상화로 채워져 있다

두 거리 사이는 가깝지만 건너가는 길들은 거대한 벽으로 막혀 있다. 피스 월 또는 피스 라인으로 불리는 이 벽들은 벽돌이나 철조망 등 다양한 형태로 북아일랜드 전역에 설치되어 있다

이름은 평화의 벽이지만 정작 벽들을 가득 채운 벽화들은 하나같이 강렬하고 살벌하고 전투적이다. 오랜 세월 쌓여온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벨파스트에서는 이 거리를 혼자 여행한다면 특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2005IRA와 영국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외지인들의 안전한 여행은 꿈조차 못 꿨던 곳이었다

살벌했던 분쟁 지역에서 북아일랜드의 과거와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현재를 보았다면 마지막으로 편안하고 상쾌한 정원을 거닐어볼 필요가 있다

폴스 로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동남쪽으로 3이동하면 라간 강 강변에 보타닉 가든과 퀸스대학교 캠퍼스가 제격이다. 특히 보타닉 가든 안에 있는 5층 건물 얼스터 뮤지엄에서 아일랜드 분쟁의 역사를 시각적으로 재확인할 수 있다

<·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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