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촬영지…세계 최대의 폭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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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남미 이과수 폭포 트레일
16세기 중반 유럽인이 발견
브라질·아르헨티나 두 관문
경관은 아르헨티나가 좋아
5단계·8시간 정도 소요돼
보트·악마의 목구멍 유명
아르헨티나 방향의 이과수 트레일 코스인 로워 트레일에서 바라본 이과수 폭포. 저지대까지 한 바퀴를 돌며 폭포의 다양한 건경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과수 폭포는 세계 최대의 폭포로 유명하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두 나라의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브라질 쪽을 먼저 본 후 아르헨티나 쪽을 둘러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탈리아어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환상 속에서라는 의미다. 사라 브라이트만이 리메이크해 불러서 유명해진 노래의 제목이다. 국내에선 가수 박기영 씨가 불러 더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오리지널 연주곡 가브리엘 오보에를 더 좋아하는 이들도 많다.

30년도 더 넘은 옛 영화 미션은 선교라는 제목부터 종교적 색채를 풍기지만, 종교와 무관하게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명작이다

영화 미션에서는 원주민 인디오들을 노예로 팔아 돈벌이하는 악랄한 에스파냐인 멘도사, 그는 자기 애인과 친동생이 은밀한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충격을 받아 격분한 끝에 우발적으로 동생을 죽이게 된다. 살인죄로 복역하며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참회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과수 폭포 위 밀림 지역에서 국가 차원으로 진행되는 원주민 선교 활동을 돕는 것이다.

그곳엔 과라니 족을 크리스천으로 만들기 위해 가브리엘 신부가 악조건 밑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었다. 조건부 석방된 주인공 멘도사가 폭포 위로 올라가 합류하고, 노예 사냥꾼과 동생 살인범으로서의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원주민들과 어울려 낙원에서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장면들이 영화의 전반부다

남미 개척 초기였던 당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두 나라 사이엔 식민지 영역 다툼이 많았다. 국경을 조정하는 새로운 조약이 두 나라 사이에 맺어지면서, 여태껏 에스파냐 소유였던 과라니 족 땅이 포르투갈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

영화 속 신부와 과라니 족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일궈 놓은 터전에서 떠나야만 한다. 신부와 멘도사는 각자 다른 방법으로 원주민들을 이끌고 포르투갈 무장 군인들에게 맞선다그러나 결말은 정해졌다. 모두가 포르투갈 점령군에게 사살되고, 원주민 아이들 일부만 살아남는 비극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코네도 자신이 음악을 맡은 수십 편의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영화를 특히 아름답게 한 건 역시 영화의 배경이자 촬영지였던 남미의 이과수 폭포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폭포 이과수를 만나러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 나라의 국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브라질 쪽 관문인 포즈 드 이과수(Foz du Iguazu)’ 마을을 통하든지, 아니면 아르헨티나 쪽 관문인 푸에르토 이과수(Puerto Iguazu)’ 마을을 통해야 한다. 그러나 브라질보다는 아르헨티나 쪽 경관이 월등하게 좋다. 양쪽을 다 본다고 하면 브라질 쪽을 먼저 보아야 한다.      

아르헨티나 쪽을 하루 종일 둘러보다 보면  브라질 쪽 정경은 싱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과수 폭포는 16세기 중반 에스파냐 탐험가에 의해 처음 발견됐지만, 남미 인디오들에겐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다. 외지에서 온 유럽인들이 그곳을 처음 방문했을 뿐이다. 현재의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은 그 당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지역인 이베리아 반도 사람들이 이주해 와서 터를 잡아 살고 있었다. 이들은 원주민들을 잡아다 노예로 부리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원주민 노예는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었다.     

이과수 폭포에서 보트 투어를 즐기고 있는 여행객들.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를 천천히 돌아보는 데는 다섯 단계를 거치며 8시간 정도 소요된다. 녹색 짙은 산책로인 1단계, 그린 트레일을 지나면 폭포에 가까이 이른다. 저지대까지 한 바퀴 돌아 폭포의 다양한 정경과 만나다 보면 2단계인 로워 트레일이 끝난다. 이어지는 보트 투어는 롤러코스터처럼 스릴이 넘친다

3단계 보트 투어를 끝내면 4단계로 이어진다. 데크를 따라 위쪽으로 길게 올라가는 어퍼 코스다. 산 정상을 향한 막바지 오르막이나 마찬가지다.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빠질 때쯤 되면 곧 마지막 하이라이트 단계로 들어선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트레일의 마지막 코스인 악마의 목구멍 전경.

악마의 목구멍’, 이름도 기괴한 마지막 다섯째 코스인 것이다. 세상 모든 걸 다 빨아들이며 집어삼켜버리는 거대한 아가리의 형상이다. 사진이나 그래픽 영상으로만 봐왔을 블랙홀이나 태풍의 눈 형상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한 시간에 수백만 톤씩 쏟아져 내리는 이과수 폭포 수량의 절반은 바로 이 악마의 목구멍을 통해서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 폭포를 보고 나면 이제 세상의 다른 폭포는 더 이상 볼 생각이 없어진다. 폭포에 관한 한 다시는 감탄할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과수(Iguazu)라는 이름은 이 지역 과라니족들의 감탄사 한 마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구(Igu)’, 아수(Azu)는 놀랄 때 쓰는 감탄사 !’가 어원이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부부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영부인 엘리노어 여사가 감탄하며 내뱉었다는 한 마디도 비슷하다. “Oh, poor Niagara!(어쩌나, 가련한 나이아가라!)” 이과수를 처음 본 영부인은 예전에 만났던 나이아가라 폭포가 꽤나 초라하고 안쓰럽게 느껴진 모양이다.

<·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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