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와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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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10여 년 전 러시아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비행기를 내려 입국심사대로 가서 줄을 섰는데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국 사람들이었다. 중국인들과 함께 줄을 서면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다. 별 거리낌없이 새치기를 해왔기 때문에 그때마다 뭐라고 말을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진 우리도 저렇게 살았는데 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저 앞에 서 있던 중년의 서양인 남자가 새치기하는 중국인들을 향해 큰소리로, 영어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때 주변에 있던 중국인들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렇게 화를 내는가?”하는 표정들이었다. 러시아 경찰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공항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영국인 혼자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때 그 영국인에게 괜히 미안한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영국 수상이 무책임한 중국을 향해 대단한 분노를 표출한 적이 있었다. “초기에 정보를 공개했더라면 이런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하면서 영국과 온세상을 대표하여 중국에 대한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권력자는 “뭐 그걸 가지고 그러는가?”하는 듯이 보였다.

이미 오래된 일인데 중국은 온 세상을 향해 일대일로의 정책을 선언한 바 있다. 온 세상을 하나의 끈으로 하나의 길로 연결하겠다는 중국 중심의 세계화를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온 세상을 하나로 만들어 놓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화가 확실히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온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놓았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온 세상이 갑자기 이렇게 된 데에는 그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절대로 세계화를 추진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중국은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서, 세계를 이끌어갈 내용을 아직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COVID-19의 ‘국외발생현황’(4월 12일)을 보면, 중국의 확진자 수는 6위 그리고 사망자 수는 7위에 올라있다. 그 수치가 사실이라면 중국은 대단한 나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수치가 사실일 것이라 믿는 나라는 없는 듯하다.

그런 정도의 신뢰 위에 일대일로를 계속 추진하려 한다면 그들만이 아니라 온 세상이 너무 힘들지 않겠는가? 인류의 미래를 염려하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그들이 추구하는 세계화는 도대체 어떤 세계화인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류의 미래와 관련해서 일대일로의 세계화를 추구할 것이라면, 코로나 현항판의 수치부터 좀 고치고 무겁게 닫혀있는 천안문도 조금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미국의 확진자는 52만4903명, 사망자 수는 20만389명이다. 둘 다 중국의 여섯배를 넘는 수치이다. 오늘 아침까지는 그 대단한 바이러스가 중국의 권위적 통제 아래 숨을 죽인 듯이 보인다. 그런데 바이러스나 언론이나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더 열심히 통제하려 했던 사람들이 세계사에 크고 어두운 이름을 남겨온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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