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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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코로나 광풍은 변호사 사무실도 할퀴고 갔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내담자들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2월과 3월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는데, 이번 달 부가가치세 예납도 걱정이다.

전국 법원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특별휴정기를 시행했다. 다행히 이제는 재판도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고, 변호사 사무실들도 상담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모두 조심스레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 힘든 시간 속에서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공자를 위시한 어른들의 말씀이 맞다는 걸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건 집요리의 경험이다.

한국인들은 집에서 쉬라고 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기어코 만들어 내는 민족이었다. 지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팔이 빠질 만큼 힘들다는 달고나 커피를 시작으로, 평소에는 시도조차 하기 힘든 손이 많이 가는 요리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요리 초보인 필자도 무언가 해보고 싶은 기분이 물씬 들었다. 그렇게 시도하게 된, 나름의 집요리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리 제주신보 독자님들의 주름살에 웃음의 주름을 하나 더 얹어드리고 싶다.

집요리 메뉴를 고민하며 냉장고 안을 뒤져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베이컨이 반기고 있다. 그 옆엔 마침 엄마가 보내주신 김치도 넉넉히 있었고, 그 아래에는 역시 유통기한이 지난 부침가루도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김치전이다. 유통기한은 눈이 침침해서 못 본 셈 하기로 한다.

발굴한 재료들을 어찌어찌 섞어 후라이팬에 반죽을 올렸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김치전은 바삭하지 않고 찐득해서, 뒤집으려 하면 찢어지고 말았다.

요리왕 친구에게 메신저로 물어보니, 김치전은 부침가루가 아닌 튀김가루를 써야 바삭하게 잘 부쳐진다는 팁을 알려줬다. 그럼 처음부터 ‘부침가루’라고 이름지어 팔면 안 되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이 생겼다.

절치부심 끝에, 마트에 가 튀김가루를 구입하는 노고를 더했다. 그리고 반죽은 맥주로 해야 더 맛있다는 팁도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캔맥주도 몇 개 구입했다. 반죽에는 한 개면 충분하지만, 와인에도 마리아주라는 게 있듯이 맥주를 넣은 반죽으로 만든 김치전과 맥주를 같이 먹으면 더 어울릴 수밖에 없다. 나는 술을 멀리하고 싶지만, 이건 요리사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까 정말 어쩔 수가 없다.

과연 튀김가루를 넣은 김치전은 훨씬 바삭하고 맛있었다. 맥주도 당연히 잘 어울렸다. 여유로운 주말 느낌이 밀려들었다. 갑갑하기만 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즐기는 방법을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는 대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김치전 파티를 열고 싶다. 필자의 김치전을 한 입 먹고, 맛도 없는데 왜 사람을 초대하고 난리냐는 친구들의 불평이 듣고 싶다. 그 다정한 투덜거림이 몹시 그립다.

우리 모두 불편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안다. 늘 당연하게 여기던 평범한 일상이 전혀 당연하지 않게 된 요즘이 좋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동안의 일상에 대한 소중함, 늘 곁에 있어주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새삼스런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흔치않은 경험이라는 반짝이는 의미는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의미를 찾았으니 다시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두 손을 모아 조심스런 마음으로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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