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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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일보
  • 승인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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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귀신은 죽은 후에도 떠나지 않은 채 일정 기간 이곳에 머무른다. 모습은 살아생전 그대로이고 원하는 목적을 분명히 이야기한다. 이들은 곁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직은 앳된 고등학생이 주말에는 꽃다발을 만들어 팔러 다니는데 용기 있는 행동에 반해서인지 단골손님이 늘어갔다. 엄마는 딸이 험한 일을 한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만류했는데 씩씩하고 야무져 이제는 응원군이 되었단다. 딸 옆에는 몇 해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가 지켜보고 있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가장 앞장서며 동네 사랑방을 열어 소외된 이웃에게 무료 과외를 해주는 등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는 부부가 있다. 열심히 일해 작은 건물을 장만하더니 식당을 개업하였다. 순수 국산 콩요리를 했는데 가격이 다소 비쌌지만 정갈한 음식 맛이 소문을 타더니 점심 무렵에는 긴 줄을 설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가게가 술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본인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낯선 손님들과도 술잔을 나눴다. 헤픈 웃음을 흘리며 조금은 이상한 행동을 하였다

무슨 영문인가 해서 남편을 만나보니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약간의 우울 증세가 있어 힘들어서 그렇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 아내가 갑자기 가수가 되겠다고 해서 다퉜고 그게 화근이 돼서 한동안 가출을 했단다. 그리고 돌아오더니 더 이상 살지 못하겠다고 이혼을 통보했다고 털어놨다. 이도 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란다

괜한 간섭이 아닐까 하는 고민도 했지만 원인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어릴 적 상처가 꺼내졌다

친정아버지의 유별난 바람기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졌고 어머니 손에 이끌려 그 현장을 목격한 소녀는 충격을 받았다. 술병이 깨지고 악에 받친 목소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었는데 남편과 여자 동창과의 이상한 대화 내용이 의심을 불렀다.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부질없다는 원망은 혼자만의 세상을 만들었고 마음에 빗장을 걸었다.

조금은 늦었지만 연로하신 아버지께 사정을 설명하고 과거의 잘못을 사과받으라고 조언했고 남편에게도 똑같이 당부했다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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