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4월 20일,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말쑥하게 차려입은 A군이 소풍 어디로 가요? 하며 따라다닐 것이다. 하지만 올해 봄 소풍은 취소되었다. 스무날 전부터 코로나19 때문에 봄 소풍 못 간다고 설명을 했건만 사나흘이 멀다 하고 소풍 어디로 가냐고 물어온다. 매해 다녀온 소풍이기에 자폐장애를 가진 A군이 받아들이기에는 녹록지 않은 변화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춘강장애인근로센터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3월이 되자 기저질환이 있는 장애인은 휴무에 들어갔고 출근한 이들은 그들의 몫까지 해야 했다. 출근 못 한 장애인은 갑갑해서 힘들고, 출근한 장애인은 일이 힘든 시기를 서로 걱정하며 잘 보냈다.

그리고 4월부터는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여 대부분의 장애인이 휴무에 들어갔다. 집에 있는 장애인의 건강도 살펴야 하기에 매일 핸드폰 단체방은 시끄럽게 울렸다. “저 열없어요.” “36.7이에요.” 건강 확인이 끝나면 “미장원 가도 돼요?” “안 돼요.” “머리가 엄청 길었어요.” “저도 염색해야 하는데 못 가고 있어요. 조금만 더 참아요.” 동사무소, 은행, 편의점, 봄옷 사러…. 외출을 원하는 아우성이 들리기 시작하고 나의 대답은 계속 “안 돼요”였다. 사흘째 날인가 결국 “이렇게 집에 있어야 한다면 그냥 출근할래요.”라는 카톡이 올라왔다.

나의 실수였다. 왜 그들에게 가족들보다, 이웃보다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하는지 설명이 부족했다. 정성 들여 이유를 적어 올렸다. 내가 건강해야 동료 장애인도 건강할 수 있기에, 동료 장애인이 아프면 남들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기에, 우리의 일터가 소중하기에 우리는 참아내야 한다고.

그 후로 우리의 이야기는 달라졌다. “저 안 아파요.” “오늘도 건강합니다.” “체온 36.3, 기침 없고, 목도 안 아픔.” 구체적인 건강 상태는 물론 힘내자는 응원의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장애인들의 마음이 모이면서 부모님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미장원에 데려가려 하는데 국장님이 안 된다고 했다며 허락해달라는 전화였다. 이외에도 유난스럽다. 혹은 장애인이어서 통제하는 것이냐는 보호자의 반응도 더러 있었다. 나의 친구들도 모임에 참석 못 한다는 나에게 유난스럽다고 했으니, 보호자들의 반응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유난스러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애인들은 오늘도 한다. 자신의 건강이 아니라 자신보다 약한 동료를 위해 참는 것이다. 약함의 의미를 안고 살아가기에 더욱 절실한 걸까. 내가 삼십 년 동안 함께한 장애인 대부분은 부족한 이들을 살갑게 아끼며, 약한 이 돕는 것을 당연시하고 실천하는, 따스함이 넉넉한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어린 아들과 달리기 시합을 하며 똑같이 출발하는 아버지는 없을 것이다. 몇 걸음 뒤 출발을 불평등이라 칭하는 부모도 없다. 공평한 경쟁은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채워진 후에 겨루는 것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를 돌아보기 원한다. 정부의 장애인 정책을 혜택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옆에 있는 장애인에게 우리 사회는 공평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내년 장애인의 날은 모두에게 올해보다 더 평등한 날이리라 믿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