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 정책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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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예부터 귤은 아주 귀하게 다뤘다. 조선 시대 임금의 진상품으로 관리할 정도였다. 1960년대부터 제주경제개발5개년계획이 시행됐다. 그래서 감귤재배가 본격화했다. 당시 감귤 나무 두 그루만 있으면 대학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어 한때 ‘대학나무’라 했다. 이젠 전설이 돼 버린 말이다.

당시 감귤나무만 심으면 쉽게 호주머니에 돈이 들어왔다. 1990년도까지만 해도 정부에서 도민의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대기업이 외국의 감귤 농축액을 수입하려면 가공용 감귤 수매실적에 따라 수입쿼터량을 배정했다. 도내는 롯데ㆍ해태 공장이 서귀포에 있었고, 서라벌은 포항까지 수송해 그곳에서 감귤 주스를 만들었다.

농민은 생산량을 늘리려고 밀식 재배를 했고 농촌지도소도 대량생산에 온 힘을 쏟아 권장했다. 생산만 하면 고시된 가격으로 당도 구분 없이 수매했었다. 오히려 공판장에 상품으로 출하한 경락 가격이 가공용 값보다 적게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가공용 출하 희망 농가가 늘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재배면적이 급격히 늘면서 과잉생산에 봉착했다. 드디어 제주도는 2004년에 한 해 감귤 폐원보상을 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감귤원 폐원 신청 농가에 한 해 ㏊당 최고 3000만 원(자부담 600만 원 포함) 폐원보상비를 지급하고 내년부터는 일체의 폐원보상비는 없다.” 고 밝혔다. 그 결과 도내 노지 감귤 1500㏊ 가 감축됐다. 앞으로 물량 위주의 감귤 정책에서 맛있는 감귤을 생산 출하하는 품질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키로 했다.

매년 초 밀식된 귤나무 간벌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농·감협과 농민이 혼연일체가 돼 동참했다. 솎아내면 좋은 점이 많다. 작업이 편하다. 비료 뿌리기, 농약 살포, 운반이 훨씬 수월하다. 반면 통풍이 잘되고 햇빛을 많이 받아 당도가 높다. 잡초를 키워 지렁이 활동이 활발해 땅심을 높인다.

1970년대 심은 감귤이 50여 년에 이른다. 일부 농민은 어간에 품종 경신하거나 하우스 감귤로 교체했다. 하지만 영세농이나 노인은 여전히 노지재배다.

최근 해마다 FTA 기금은 노지 감귤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한라봉이나 천혜향 만감 류 하우스 쪽으로 지원하는 편이다. 노지 감귤이 문제다.

행정당국이나 감귤 생산자단체는 맛만 좋으면 잘 팔린다고 이구동성이다. 하지만 평균기온 상승에 따라 감귤재배지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라·경남도 남해안은 오히려 제주보다 일조량이 많아 맛좋은 감귤이 생산된다. 귤은 도내서 소비하는 것보다 육지로 선박 또는 항공으로 수송하는 양이 훨씬 많다. 그만큼 물류비용이 육지보다 많다. 지금 값싼 수입 오렌지가 무관세로 들어온다. 호텔, 뷔페 후식은 수입 과일이 차지한다.

과감히 감귤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지난해 제주도청 감귤 담당 부서를 찾았다. 앞으로 혹시 감귤밭 폐원 계획이 없는가 물었더니, 한마디로 계획 없단다. 여태껏 감귤 재배하면서도 올바른 재배의향 조사를 받은 바 없다. 노령 재배 농가에 구체적인 대책을 알리지 않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노약자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줬으면 한다. 대대적으로 폐원한 지 16년이 흘렀다. 폐원을 바라는 80세 이상 농가에 비용만이라도 보상해 과감히 동참하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다. 일제 조사 용의는 전혀 없는 건지 행정당국에 묻고 싶다. 그래야 노지재배 면적과 생산량도 감소해 일거양득 될 것 아닌가. 고민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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