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행복을 찾는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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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따스한 봄 햇살에 들녘은 푸름을 더해간다. 산과 들은 새잎과 봄꽃들로 요지경이다. 사람 사는 동네만 아직도 동면에서 덜 깬 듯 고요하다. 사람들이 모여야 수다와 웃음으로 화기를 피울 텐데. 동네 공원에도 노변 정자에도 임자 없는 벤치만 봄볕에 존다. 내 생에 이런 단절감은 처음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찮은 미생물이 인간 세상을 겁박한다.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엎어놓고 우리 사는 동네까지 딴 세상으로 바꿔놓았다. 가야할 곳을 선뜻 가지도 못하고, 만나야 할 사람도 쉬 만나지 못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탓인가. 인간관계가 소원해진다. 사람이 모여야 말도 섞고 웃음소리도 들린다. 웃고 떠들며 소란스런 동네 모습을 본 게 언제였나 싶다. 사람들과 어울려 취미 활동도 하고 함께 외식도 하며 즐기던 평범한 지난 일상이 그립다. 인간은 서로 소통하는 삶속에서 신명을 얻고 삶의 의욕도 충전한다. 저마다 크고 작은 모임에 가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그런 삶이 어렵게 됐으니 얼마나 큰 불편이며 고통인가. 인간이 구축해 놓은 문명의 구조물도 가공할 무기조차도 이 보잘 것 없는 바이러스 앞에서는 한낱 쓸모없는 허식(虛飾)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는 하나 같이 연약한 존재일 따름이라는 것도.

이제는 전 세계가 두려움에 휘둘린 상태다. 가히 전쟁의 공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장(戰場)은 피아가 구분되기에 상관없는 지역의 사람들은 안심을 하지만 전염병의 전파는 무차별적이다. 병원균의 그런 속성을 간과한 안이한 대처가 이 지경까지 화를 키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랴.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렸으니. 서로 자제하고 절제하며 공존의 활로를 찾아 나서는 수밖에.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의 시 ‘두 번은 없다(Nothing Twice)’의 일부다. 시인의 표현처럼 우리 모두는 단 한 번의 삶의 기회만을 부여받은 존재다. 서로의 개성에 따라 인생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오랜 ‘방콕’ 생활로 고립감이나 무기력 같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며 산다. 주부들이 더 심하다. 늘어난 가사와 아이 돌봄 때문이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고통의 삶이다. 이제 감염 확산이 미미하여 예전의 일상이 허용되지만 아직은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도 바이러스 대처에 대한 저마다의 경각심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런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 또 다른 중압감으로 작용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감내해야만 할 삶의 몫이다. 행복은 여행하고 외식하며 친구들과 어울려야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절제와 침잠의 삶 속에서, 살아있는 내 심장 박동 소리에서, 밥 달라고 칭얼대는 아이의 순진한 표정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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