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진화코드 ‘언컨텍트(uncont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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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오래 전 TV 예능프로그램 하나가 기억에 남아 있다. 요지는 이러하다. 1인 1실에서 컴퓨터 한 대를 가지고 혼자 며칠을 지내는 것이었다. 혼자 지내는 동안 컴퓨터 인터넷을 통하여 먹을거리와 필요물품을 정해진 금액 안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은 온라인 시장이 막 형성되던 시점에서 실제 물건을 사러 나가지 않아도 집안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는가? 바깥생활 없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가에 대한 실험적 예능이었다.

실험에 참가하였던 사람들 중 컴퓨터 및 인터넷과 친숙하였던 사람들은 주저함 없이 생필품과 기호품 등을 정해진 금액 안에서 척척 주문하였고, 집안에서 필요한 놀이 물품까지 주문하여 성공적인 ‘방콕생활’을 보여주었다. 반면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온라인 주문은 고사하고 갇혀 있다는 생각만으로 중도에 실험을 포기하고 방을 나온 경우들이 많았다. 당시 시대 분위기는 전자는 비현실적이고, 후자는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었다.

오래 전 TV 예능프로그램 하나가 이렇게 불현 듯 떠오른 것은 지금 우리가 펜데믹(Pandemic)에 이르면서 언컨텍트 시대(The Age of Uncontact)를 전면적으로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컨텍트는 실제 얼굴을 보지 않지만 가상으로 계속 연결되는 비대면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 펜데믹에 이르면서 경제활동에서 온라인 주문과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고, 교육계에서도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온라인 개학과 강의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디지털 화상회의, 온라인 문예활동, 온라인 종교 활동, 드라이빙 스루 등, 세계는 비대면시대인 언컨텍트 시대를 실험하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적이라면 펜데믹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향후 새롭게 진화되고 확장된 언컨텍트 시대를 맞이하여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언컨텍트 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사회 구조와 질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변화까지 예고하는 진화코드라 할 수 있다.

언컨텍트 시대를 언급한 맥루한(M. McLuhan)에 의하면 소비방식만이 아니라, 유통산업, 기업이 일하는 방식, 종교와 정치 활동, 사회적 관계, 공동체 등 사회 모든 영역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언컨텍트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영역이자, 미래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메가트렌트(Mega Trend)가 될 것이다. 특히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 확산과 초 연결 사회에서의 ‘연결의 확장’이 언컨텍트 트랜드로 연결될 것으로 보았다. 2020년 『언컨텍트』를 발간한 김용섭에 의하면 컨텍트(Contact)는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가 어느 한 순간 헤어지면 만나기 힘들지만, 언컨텍트는 서로 단절되어 고립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한 메가트렌드이다. 컨텍트가 우리가 가진 연결, 공유, 공감, 연대의 방식이라면, 언컨텍트는 서로 단절하기 위한 디컨텍트(Decontact)가 아니라 우리가 더 편리하고 안전한 컨텍트를 위해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언컨텍트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새로운 시대의 진화코드는 더 많은 연결을 통하여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컨텍트가 수용되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아 온라인 주문은 고사하고 갇혀 있다는 생각만으로 중도에 방을 나와 버렸던 사람들은 이러한 시대에 불편함과 도태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언컨텍트는 새로운 시대의 양극화를 양산할 수 있어 이들까지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언컨텍트 시대의 도전과 준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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