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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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사람마다 개성과 소질이 있듯, 나라마다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있다. 이는 그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역량으로 정신문화의 풍토를 형성하게 된다.

또 나라마다 전통과 정체성도 있다. 정체성은 국민들 간에 상당 기간 일관되게 유지되는 고유한 실체로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 간 삶의 바탕이 되면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전통성과 맥을 같이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인내하고 쉽게 사그라지지 않은 은근과 끈기, 부모님과 웃어른을 섬기는 효의 정신 그리고 근검절약하는 조냥 정신이란 생각이 든다.

은근과 끈기는 우리나라 무궁화 꽃에 잘 나타나 있다. 무궁화 꽃은 한 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피고지기를 연이어 계속한다. 꽃잎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짙은 보랏빛을 발한다. 이는 우리 국민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점차 이런 정서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빨리빨리’라는 냄비근성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이런 것으로 우리나라가 발전을 가져오는 동인(動因) 이 되기도 됐지만, 폐해가 됐음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란 별칭을 들어 왔다. 예절에 밝은 나라로 인정받아 온 것이다. 그런데 요즘 효 문화가 많이 변질되었다. 이는 세계문화의 향유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을 것이고, 핵가족으로 인해 많이 퇴색될 수도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도 한몫을 했다. 더군다나 학교에서는 도덕 교과가 사라지고 인성교육도 미진한 상태다. 오로지 지식위주의 교육, 좋은 대학과 직장만을 선호하다 보니, 효 정신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독거노인들이 외롭게 살다 세상을 등지고, 자식이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가 경제대국을 이루고 잘 살게 된 것은 조상들의 조냥 정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보릿고개와 굶주림과 배고픔을 참아가면서 후손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씀씀이가 헤퍼지고, 저축을 하는 마음도 없다. 정부는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무조건 무상을 일삼고, 국민들은 공짜에 길들여지고 있다. 곳간은 점점 비어 가고, 나라와 국민의 개인 빛은 눈덩이처럼 쌓여 가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젊은 세대들이 짊어져야 할 빚과 세금이다. 공짜는 주어서도 안되지만, 받아서도 안된다.

한 나라의 정체성은 역사와 교육에서도 비롯된다. 나무의 나이테를 보면 나이와 그 시대의 환경을 알 수 있듯, 역사와 교육도 그 나라가 살아온 과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그 시대의 삶을 오늘날의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문제다. 빨리 풀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를 존중하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사랑하고 품어 안아야 한다. 그게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길이 아닐까.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와 개혁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정체성을 저버리고 부화뇌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코로나19도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총선도 끝났으니, 평정심을 찾고 우리의 정체성을 한번쯤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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