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찬란했던 잉카 문명의 본산, ‘세계의 배꼽’
300년 찬란했던 잉카 문명의 본산, ‘세계의 배꼽’
  • 제주일보
  • 승인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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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페루 쿠스코 트레킹
잉카의 옛 수도, 쿠스코
대제국 문명의 흔적 녹아
아르마스 광장, 도시 중심
잉카·스페인 유적 공존해
3가지 트레킹 루트 추천
산 크리스토발 교회 전망대에서 바라본 쿠스코 시내 전경. 산 크리스토발 교회 전망대에서는 쿠스코 시내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쿠스코 홍보 사진에서 나오는 풍경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잉카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아타우알파다

300년 찬란했던 잉카 역사가 그로 인해 일거에 멈췄다. 7만여 정예군과 1000만 가까운 인구를 가졌던 잉카 제국이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이끄는 스페인 용병 168명에게 정복당한 것이다

카하마르카 광장 전투에서 단 하루 만에 잉카군 7000명이 도륙당하고 황제 아타우알파가 생포됐다. 황제는 감금된 방을 가득 채울 만큼의 황금을 동원하여 스페인 군을 회유했지만 결국 서른한 살 젊은 나이로 생을 마쳤다

허망하게 멸망했지만 잉카는 지금의 에콰도르 수도인 키토에서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일부를 포함하며 칠레 수도 산티아고까지 방대한 영토를 가진 제국이었다

대제국을 견인했던 고도의 문명의 흔적들이 잉카의 옛 수도 쿠스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정복자 피사로가 남태평양 연안에 새로운 도시 리마를 건설해 페루의 수도로 발전시켰지만, 정작 오늘날 페루를 찾는 사람들은 수도 리마보다는 잉카의 옛 수도 쿠스코를 더 찾는다

해발 3400m의 안데스 분지에 자리해 있으면서 유서 깊은 잉카 문명의 본산이자 한때 세계의 배꼽이라 불리던 곳이다.     

쿠스코를 걸어서 여행하려면 효율적인 동선이 중요하다. 도심을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며 명소들을 둘러보는 순환 트레킹과 삭사이와만 등 시 외곽 유적을 만나는 북부 언덕 트레킹, 그리고 잉카 역사가 서린 태양의 길을 걸으며 여러 박물관들을 둘러보는 세 가지 형태의 트레킹 루트를 소개한다. 세 개 모두 쿠스코의 중심, 아르마스 광장이 출발점이다.      

구도심 순환 트레킹(거리 5, 6시간 소요)

아르마스 광장은 잉카 시절이나 지금이나 쿠스코의 중심이다. 잉카의 가장 위대한 황제 파차쿠티의 동상이 광장 전체를 압도하지만 잉카 역사의 비운이 서려 있다. 잉카를 정복한 스페인 군이 이 광장 주변에서 잉카의 흔적들을 허물고 중세 유럽풍의 건축들로 채워 넣었다

광장 인근의 쿠스코 대성당은 잉카 신전 자리였고, 라콤파니아 데 헤수스 교회와 산타 카타리나 수도원은 잉카 황제들이 살았던 궁전 터였다. 지금의 아르마스 광장은 사시사철 외부 여행자들로 붐빈다. 쿠스코를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장소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서쪽으로 10여 분, 산 프란시스 광장과 산타 클라라 교회를 지나면 산 페드로 시장이다. 제주의 동문시장과 비슷한 대형 전통시장이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쿠스코의 또 하나의 명소다

시장 동남쪽의 파세오 데로스 헤로스 거리는 도심 정원처럼 꾸며진 산책길이다. 잔디와 꽃밭이 어우러진 사이로 페루의 역사 인물 동상들이 여럿 서 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트레킹을 거의 마치고 다시 아르마스 광장 인근으로 돌아오면 그 유명한 12 각돌을 만난다. 석벽 구조에 들어맞게 돌을 다듬어 12개 각을 만들었다. 석벽을 이루는 바위들 사이로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이 촘촘하다. 잉카인들의 석조 기술이 얼마나 정교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잉카제국의 요새였던 삭사이와만. 수백 t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들이 섬세하게 다듬어진 채 3층으로 길게 쌓여 있다.

북부 외곽 트레킹(거리 12km, 10시간 소요)

아르마스 광장에서 북쪽으로 천천히 30여 분 올라가면 산 크리스토발 교회 전망대다

가파르게 올라온 언덕이라 시내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쿠스코 홍보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다시 30여 분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옛 잉카의 요새였던 삭사이와만이다. 수백 t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들이 섬세하게 다듬어진 채 3층으로 길게 쌓여 있다. 잉카인들의 석조 기술이 얼마나 중후 장대 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현장이다

이어서 4거리에 있는 겐코는 잉카 시대 때 제례를 지냈던 곳이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바위를 깎고 다듬어 미로와 동굴을 만들고 그 안에 재단을 뒀었다

겐코에서 28G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5를 더 가면 땀보마차이다. 잉카 로드는 콜롬비아에서 시작되어 에콰도르를 지나 이곳 페루를 거쳐 칠레까지 수만 길이었는데 일정 거리마다 지금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쉼터가 있었다. ‘성스러운 샘물이란 뜻의 땀보마차이는 당시 잉카 로드의 여러 쉼터들 중 하나였다

바로 인접한 푸카푸카라는 쿠스코의 북쪽을 지키던 경비대의 주둔지였다. 사방을 조망하기 좋게 시야가 탁 트인 위치다

박물관 투어(거리 2.5, 5시간 소요)

아르마스 광장에서 남동쪽으로 뻗어 내려간 대로 중 1.2구간은 에비뉴 엘 솔, 일명 태양의 거리. 거리 이름에서 잉카의 중심 도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거리 일대의 여러 박물관들을 방문하는 것도 쿠스코 여행의 묘미 중 하나다

태양의 거리를 절반쯤 내려오면 왼쪽으로 드넓은 코리칸차 앞마당과 건물들을 만난다. 잉카시대엔 황금으로 도배된 태양 신전이었던 곳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황금을 약탈하고 신전 일부를 허물어 산토 도밍고 교회를 세웠다. 지금은 한 공간에 잉카 유적과 스페인 유적들이 공존한다. 쿠스코 관광 지도상에 1번으로 표기된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른 명소다

쿠스코 시내를 2, 3일 둘러보면 두 개의 동상이 인상에 남는다. 도심 아르마스 광장 복판에 하나가 있고, 태양의 거리에서 1더 내려간 로터리에 또 하나의 동상이 서 있다. 두 개 다 잉카 황제 파차쿠티 유판키의 것이다. 제국을 통일하고 수도 쿠스코를 건설한 잉카의 가장 위대한 황제답게 태양을 향해 두 팔을 치켜든 위세가 장엄하기 그지없다

<·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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