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어린 기부
감동 어린 기부
  • 제주신보
  • 승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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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다. 그가 세계 최고의 부자란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데 그가 세계 최고의 기부왕이라는 걸 알고 나면 놀란다. 부자와 기부는 뭔가 이가 잘 맞지 않는 것으로 인식돼 온 통념 탓이다. 돈은 가질수록 집착하게 된다. 수전노란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고, 그 돈을 죽을 때 갖고 가려고 하느냐는 주위의 비난도 그래서 나온다.

우리와는 문화적 풍토가 다르다 치부하기엔 뭔가 께름칙한 구석이 있다.

빌 게이츠, 놀랍게도 컴퓨터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체제부터 인터넷까지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준 장본인이다. 그는 다르다. 그렇게 해 번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해 왔다. 혼자 행복한 것보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그냥 기부가 아니다. 통 크게 사회에 환원한다. 아프리카 말라리아 백신에 100억 달러를 기부했는데, 5세 이하 어린이 8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돈이라 한다.

또 흥미로운 기부가 있다. 그가 개발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기술이 개발됐다지 않은가. 30m 밖에서 1초당 모기 100마리 이상을 죽일 수 있는 장치다. 그것을 이용해 말라리아모기를 박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돈을 제대로 쓴 것이다. 그는 죽어 가는 아프리카의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는 구호천사다.

그에게 자녀 셋이 있는데, 남겨 줄 유산으로 1000만 달러 이하를 정해 뒀다고 한다. 그래야 자녀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흔쾌히 토설한다.

그의 말이 철학적 함의(含意)로 다가온다. “성공이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나보다는 평생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느냐, 그것으로 측정되는 것이다.”

우리 가까이에도 기부천사는 있다. 빌 게이츠처럼 엄청난 기부는 아니지만, 그에 다르거나 조금도 덜하지 않다.

얼마 전,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행복한 김병록 씨(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기부는 작지 않은 감동이었다. 코로나19로 아픔을 겪는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7억여 원의 땅(경기도 파주시 소재 임야 1만 평)을 내놓은 뜻밖의 구두수선공 얘기는 가슴에 큰 울림으로 오는 것이었다. 몇 십 억 대기업의 기부가 무색하다.

그의 불운은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개가하면서 시작됐다 한다. 계부의 폭력에 못 견뎌 초등 2학년 때부터 거리를 헤매다 구두 닦는 일을 선택해 굴곡진 삶을 살아왔다는 그. 구두를 수선해 나눠 주고 헌 우산을 수리해 버스 정류장에 놓아 누구든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하는가 하면, 이발 기술을 배워 요양원·장애인시설을 방문해 봉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해 왔다 한다.

“봉사는 내가 행복해지기 때문에 한다. 할수록 행복하다. 그 순간이 바로 행복이다.” 이발해 드리고 나올 때는 사우나를 끝내고 나올 때처럼 마음이 상쾌하다. 봉사하는 전날은 설레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20평밖에 안되는 작은 집에 살고 있다. 큰 집을 원치 않는다며, 지금에 만족한다는 것.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수백 평, 수천 평을 가진 사람은 또 더 가지려 한다.”

큰딸이 취업시험 면접에서 “구두 닦는 일을 하는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는 얘길 듣고 기뻤다.”며 “나라가 위기일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감동 어린 기부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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