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4·3, 이제는 약속의 시간
총선과 4·3, 이제는 약속의 시간
  • 제주신보
  • 승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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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4·15 총선이 끝나자 제주4·3특별법 개정 약속 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에서의 약속은 지켜져야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를 속이는 사기 행위나 다름없다. 정치인은 무엇보다 국민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공자(孔子)는 신의(信義)를 위정자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보았다.

제자 자공이 “정치를 하자면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식량을 충분히 준비하고(足食), 군대도 넉넉하게 갖추어야 할 것이며(足兵), 백성들로 하여금 정치를 하는 사람을 믿도록 해야(民信) 하느니라”고 말했다.

이어 자공이 “그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버려라”라고 했다.

자공이 두 번째 버려야 할 것을 다시 묻자 공자는 “식량을 버려라. 예로부터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있거니와 백성에게 신의를 잃으면 천지간에 몸 둘 곳이 없어지느니라”라고 답했다.

옛말에 ‘장부일언중천금 장부일언천년불개’라는 말도 있다. 장부의 말 한마디는 천금 같아 반드시 지켜야 하고, 천 년을 변치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약속의 의미를 정치인이 아닌 국민이 먼저 걱정한다.

지난 16일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 소집에도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 심사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는 한목소리로 4·3특별법 개정을 약속했다.

이 법안은 4·3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과 군사재판 무효화 등을 담고 있지만 2년 4개월 넘게 계류 중이다.

급기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원내대표단·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선거 때 한 세 가지 약속만은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4·3특별법을 심사·의결하고,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도 지난 3일 “4·3특별법을 개정해 역사의 아픔을 치유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미래통합당 소속 이채익 간사와 의원들도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배·보상을 포함해 제주도민이 바라는 4·3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20대 국회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달 29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4·3특별법 개정안 표류를 놓고 여당은 야당의 책임을, 야당은 정부를 설득하지 못한 여당 탓을 해왔다.

기획재정부가 1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배·보상 재원 소요, 타 과거사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여야의 입장이 모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면 풀 수 있는 문제이다. 여기에 통합당 지도부인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역할도 있을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다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게 아니다. 이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기획재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기본적 정의로서의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힌 약속을 식언(食言)으로 만들 수 있을까.

위정자의 덕목을 지닌 정치인이 될지, 사기극을 벌인 위선자가 될지 민낯이 드러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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