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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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주유소는 동네 마트만큼 자주 들락거리는 곳이다. 자동차가 출퇴근용이거나 장보러 다니기만 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들러야 한다. 자동차 등록대수가 늘 때마다 큰길 옆에는 주유소가 하나 둘씩 생겨 지금은 가는 곳마다 즐비하다.

주유소 사장 하면 한때 알부자로 통했다. 재력을 바탕으로 목 좋은 곳에 문을 열고, 아르바이트생을 여럿 두면서 무난하게 수익을 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인근에 다시 주유소를 차려 덩치를 키우는 사례도 적지않았다.

사회적으로도 주유소 사업을 발판으로 성공한 사업가들이 많았다. 주유소로 떼돈을 번 이들이 많아 동네 웬만한 상가 주인보다도 실속이 있었다. 여관·모텔은 호텔에 밀리고, 슈퍼가 대형마트에 꺾여 전성시대를 일찍 마감했지만 주유소는 그후로도 한참 더 위력을 발휘했다.

▲이젠 옛말이다. 곳곳에서 수익이 없어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지난달 말 전국의 주유소는 1만1545곳에 이른다. 작년 말 대비 3개월 새 32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2016년 말과 비교하면 448곳이나 줄어들었다.

영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문을 닫은 휴업 주유소는 정확한 수치조차 없다. 주유소를 폐업하려면 환경개선부담금 등 1곳당 1억~3억원의 비용이 든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주유소 입장에서는 폐업보다는 휴업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주지역도 올 들어 2군데가 휴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주유소가 문을 닫는 건 한 마디로 장사가 안돼서다. 수년 전부터 찬바람이 불던 업계에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여행 자체를 줄여 치명타가 됐다. 1995년 주유소 거리제한을 푼 이후 설 땅이 좁아진 것도 한몫했다.

▲재력가가 운영했고 이익도 넉넉해 얼마 전만 해도 주유소 차린 집은 부자라는 평도 있었다. 허나 흘러간 얘기다. 올해만 해도 봄~초여름은 여행객이 느는 시기인데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대목 장사를 망치다시피 했다.

주유소 업계 1위인 SK에너지조차 가맹 주유소 7곳이 지난달 휴업한 데 이어 아예 폐업한 주유소도 4곳에 이른다. 가맹 주유소들의 타격이 커 어떤 식으로든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휴·폐업 주유소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도 않고, 사정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지금 여느 업종치고 무사한 곳이 있을까. 고사 위기에 내몰린 제주경제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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