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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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4·15총선을 앞둔 지난 8일 눈길을 끄는 여론조사 결과가 몇몇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전국 17개 시도지사에 대한 지지도였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5~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만7000명(광역시도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시도지사 전체 평균 지지도(긍정 평가)는 50.7%로, 전달보다 3.0%포인트 올랐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방역과 검역, 재난긴급지원금 도입 등을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몇몇 단체장은 특정 종교 단체에 대해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 압박한 것도 민심의 지지를 받는 데 주효했다고 판단된다. 어쨌든 난세(亂世)가 역설적으로 시도지사들의 주가를 높여주고 있다.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이들도 있다.

▲다른 국가의 몇몇 지자체 수장들도 코로나로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뉴욕의 앤두루 쿠오모 주지사(63)는 전쟁터 같은 뉴욕의 상황을 가감 없이 알리며 호평을 받고 있다. 3선 주지사인 그는 ‘불평하고 싶으면 나를 탓하라’는 책임감 있는 태도로 미국민들의 심금을 자극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11월 대선에 나설 후보로 민주당에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사실상 굳어졌지만, 코로나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그가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일본에선 코로나로 아베 신조 총리가 흔들리고, 그의 정적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68)가 부각되고 있다. 아베는 코로나 대응에 우왕좌왕하며 지지율이 30%대로 곤두박질치기 일보 직전이다. 야당 대표로부터는 “지금 단두대에 서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반면에 TV 앵커 출신인 고이케는 신속한 긴급 사태 선포를 주장하며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긴급 사태 선포 이후엔 거의 매일 TV에 나와 ‘스테이 홈(Stay Home)’ 등 간략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그가 오는 7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차기 총리까지 내다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단체장에게 지금의 위기는 대권을 향한 최고의 선행학습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긴급 예산 집행,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 주민 소통 등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누군가는 ‘난세의 영웅’으로 등극할 수도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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