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제주신보
  • 승인 202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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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 말은 중국 전한(前漢)시대 왕소군(王昭君)을 두고 동방규가 지은 시구(詩句)에서 유래되었다. 왕소군은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로 이름은 장(嬙)이었고 소군은 자(字)였다. 그녀는 절세의 가인이었지만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의해서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불운한 여인이었다. 그 여인을 두고 지은 동방규의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또 판소리꾼 조상현이 부른 단가(短歌) ‘사철가’에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라는 노랫말도 있다. 어쩌면 요즘 세상을 시사하는 것처럼 들려서 마음이 아프다.

코로나19의 바이러스는 세계 1·2차 대전을 방불케 하는 위력으로 전 세계를 강타하였다. 그 피해에 따른 후유증을 치유하는 데 얼마나 많은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인 트라우마의 대가를 치뤄야 할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 같다.

자고로 천재지변(天災地變)은 상당수가 그 원인이 인재(人災)에 의해서 발발한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 등의 바이러스는 박쥐나 낙타 등의 매개체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한다. 인간의 식성(食性)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분별했으면 바이러스 재앙이 우리를 위협할 것인가.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머튼은 일찍이 사회의 병통을 3가지로 지적했는데 ‘무질서와 무법, 무규범’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대자연의 순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어서 일정한 질서의 패러다임 속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주의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를 비롯한 수많은 위성(衛星)들의 질서속에서 돌아간다. 한 치의 어긋남 없는 우주의 질서는 그 자체가 기적과 같은 신비요 위대함이다.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다가 태양을 가릴 때가 세 차례가 있는데 완전히 가릴 때를 ‘개기일식(皆旣日蝕)’이라 하며 부분만을 가릴 때를 ‘부분일식(部分日蝕)’이라 하고 반지모양으로 가릴 때를 ‘금환일식(金環日蝕)’이라 한다. 이때 달이 태양을 가리고 있는 시간이 딱 2분 정도인데 만약 그 시간이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넘어간다면 지구는 어찌 되겠는가. 햇빛을 보지 못한 지구는 모든 생명체들이 단 일종도 생존하지 못하고 떼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얼마나 해와 달이 고마운 존재인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 대자연의 순환법칙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거룩한 가르침이며 깨달음이다.

여기서 나는 오늘 달이 태양을 가리는 시간인 ‘2분’을 주목한다. 그 2분간의 시간은 달에게는 그 어느 것에도 간섭받지 않는 온전한 태양의 축복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지구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위대한 ‘침묵’과 ‘휴식’을 깨우쳐 주는 대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너무나 바삐 돌아가는 지구촌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나의 작은 생각일 수 있겠지만 특히 대부분의 인간들의 삶은 너무나 황량하고 삭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단 ‘2분간의 침묵’을 삶에 옮겨보자. 화가 날 때 급할 때 일수록 2분만이라도 쉬어가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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