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의 이유 있는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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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논설위원

진부한 소리지만, ‘도시의 과거를 캐려면 박물관으로 가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고,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으로 가라’는 말은 맞다. 이는 지금도 시민들의 행동에서 관찰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오래된 얘기지만, ‘도서관을 뒤져보면 온갖 보석들로 가득 차 있다’는 말은 옳다. ‘나를 키운 곳은 시카고의 동네 도서관이었다’는 빌게이츠가 책 무더기에서 찾아낸 게 창의성이지 않은가. 학교에서 저능아 취급을 받던 에디슨을 키워준 것도 디트로이트 도서관의 책이었다. 뉴욕의 공공도서관에서 첫 직장을 얻은 오바마 대통령 또한 도서관이 낳은 인재로 유명하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에서 트럼프에 이르는 미국 대통령들의 공통점은 어렸을 때부터 책벌레였고 일평생 책읽기를 즐겼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은 꿈이 크다. 원래 대통령이 머물던 지방별장의 역사성을 품은 곳이 아닌가. 보아하니 한국의 대통령들도 휴가지에서는 책을 읽는다. 또한 도지사 관사로 사용해 온 지방공관이란 환경도 한몫을 한다. 고품격 건물과 수려한 정원이 사람들의 마음을 여미어준다. 봄에는 동백이 툭툭 떨어지고, 목련은 거룩하게 꽃망울을 피워낸다. 명자꽃과 수국이 기지개를 켜면 하늘이 정원 가득 눈부시게 내려온다. 그가 만지는 모든 것이 보석으로 빛난다.

이 관사를 원희룡 도정이 지역주민에게 개방한 건 시대를 통찰한 결정이 아닐까. 장소의 용도에 대한 도민의견이 ‘도서관’으로 모아진 게 천재일우의 행운이지 싶다. ‘제주인재 육성’은 이 시대에 주어진 도지사의 숙명이자 제주도의 과업이다. 그러므로 이곳에다 어린이의 꿈과 비전을 키우는 꿈 공작소를 만들어 탐라국 천년의 인재들을 키워냄은 우리의 사명이 된다. 아기부터 노인에 이르는 전 세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책의 행복을 평등하게 누리자며 손가락을 걸어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꿈바당에서는 햇살을 따라 뒤뚱거리는 물애기들 웃음소리 속에서도 책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독서삼매경에 빠져든다. 관외 대출이 제한되는 브레이크가 차라리 주저앉아서 책을 읽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노력들이 2019년 기준 방문객 수를 36만 명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꿈바당이 특별히 자랑하는 것은, 전담직원이 책에다 각양의 장르를 융합해서 만들어낸 창작품들이다. ‘물애기랑 책놀이’, ‘글이 살아나는 문학놀이’, ‘너에게 주고 싶은 노래’, ‘우리에게 권리가 있어요’ 등등. 이들이 신청자를 접수할 때면 전화가 쇄도해서 업무가 마비란다.

유난히 인기가 높은 우수 프로그램들은 읍·면 지역으로 찾아가서 문화 격차를 메우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낮은 곳으로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 지난해에는 171개 프로그램이 30여 개 작은 도서관을 찾아갔다. 여기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이 자격증을 취득해서 일자리를 얻고, 엄마의 호칭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새 삶을 열었다. 치매 어르신들이 웃음을 되찾고, 육아에 지친 초보부모가 심신회복을 선언한다. 아이들이 창작글을 낭독하면 온 동네가 다함께 갈채하는 축제장이 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집에 가서 동생도 데려오면 안 되느냐’는 어린 형이 선생님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이처럼 영롱한 꿈바당은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의 보물이다. 도서관이 평생교육의 심장일진대, 제주는 전국 17개 평생교육진흥원을 견인하고 있다. 지금 꿈바당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에서 온 동네가 모다들엉 인재를 키워내자고 작전하는 중이다. 책 꾸러미 속에 과학자, 기업인, 예술가, 지도자들을 담아 보내며, 미래의 위인들을 잉태키로 다짐한다. 조개가 진주를 품듯 꿈바당의 야망이 보석 되어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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