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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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순 수필가

어둑새벽 도시공원으로 가는 인력시장 골목엔 적막감마저 흐른다. 이곳은 건설공사장으로 가는 일일 노동자들의 집합 장소이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국내외 노동자들이 모여 우리말 중국말이 뒤섞이면서 도란거리던 장소였다. 이제 그곳엔 중국인 노동자들이 떠나고, 몇몇 국내 노동자들이 잠시 모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조용하다.

새벽 운동에 나서는 나의 일상에는 변함이 없지만, 노동자들이 모이는 골목 풍경은 달라졌다. 코로나와 건설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항공, 여행, 숙박업 등 경제활동 전반에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농어촌도 예외가 아니다. 애지중지 생산한 농·해산물이 소비가 끊겨 판로가 막혔다.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는 농어민의 애환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김없이 찾아온 봄은 상춘객을 유혹하지만, 화사한 봄 날씨가 차갑게만 느껴진다. 불안과 공포로 냉랭한 사회 분위기 속에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하나둘씩 오고 갈 뿐 거리는 한산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각종 행사와 동호인 모임 등을 할 수 없으니 세상이 낯설게 느껴진다.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보이지 않는 적 코로나란 괴질이 인간에게 내리는 가혹한 저주이다. 인간에게 생사의 갈림길에서 죽느냐 사느냐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오늘은 몇 사람이 더 감염 확진되고 몇 사람이 더 죽어갈까. 인간을 향한 바이러스 공격은 지구촌 곳곳에 인종과 신분, 부자와 빈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 19는 중국 우한에서 발현되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박쥐를 비롯한 야생동물을 숙주로 추정하고 있을 뿐,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첨단과학으로 무장하여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인간은 위대한 자연의 섭리나 전염병 앞에는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임이 드러났다.

인간은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야생동식물의 서식지와 생태계를 파괴하여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렸다. 인구 증가와 온실가스, 프레온 가스, 화석연료 과다사용으로 지구는 온난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대기 흐름에 불규칙한 영향을 주어 가뭄과 폭우, 미세먼지와 황사 등 갖가지 자연재해와 전염병이란 사회적 재앙이 되어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인간은 죽음의 문턱에서 가족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꼭 하고 싶을 것이다. 임종을 지켜보는 가족에게 유언을 남기고, 살아 있는 가족은 그 뜻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숙명적인 인간 본연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환자와 가족의 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죽음에 내몰리게 되는 환자는 죽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겠지. 그러나 다가갈 수 없다. 코로나가 만든 생사의 갈림길이다. 죽음을 앞둔 가족을 볼 수 없고, 저승길조차 배웅할 수 없는 살아있는 자들의 슬픔은 감내하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온다.

사람은 살기 위해 먹고 건강을 유지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희로애락의 삶을 이어간다.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사회적인 명예를 얻고 보람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죽음 앞에선 건강을 회복하는 일 외에 부와 명예는 없다. 부와 명예는 오직 사후에 인정되는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인간의 존재감은 비로소 생의 끝자락에 서게 될 때 그 소중함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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