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타고 다가온 ‘초록빛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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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행기머체(上) 연둣빛 봄바람 마중記

‘바람난장’ 첫 숨 표선면 가시리에서…갑마장길이라고도 불려
심금 울리는 음악·시낭송 퍼포먼스…희망은 우리 곁에서 ‘꿈틀’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가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봄이 왔다.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초록에 한껏 풀어놓고 싶은 오월. ‘바람난장’의 그 첫 숨을 표선면 가시리에서 고른다. 홍진숙 作, 행기머체.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가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봄이 왔다.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초록에 한껏 풀어놓고 싶은 오월. ‘바람난장’의 그 첫 숨을 표선면 가시리에서 고른다. 홍진숙 作, 행기머체.

봄이 이렇게 멀 수 없다. 벌써 와버렸지만 우리는 아직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겪고 있다. 꽃망울 톡톡 터지는 봄을 환하게 바라볼 수 없는 시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마음의 거리 두기로 옮겨가고 있다. 그렇게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초록에 한껏 풀어놓고 싶은 오월. ‘바람난장의 그 첫 숨을 표선면 가시리에서 고른다.

 

가시리는 갑마장길이라고도 불린다. 갑마장길은 조선시대 최고등급의 말을 갑마(甲馬)라고 불렀는데, 그 갑마를 모아서 기르던 곳을 갑마장이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했다. 길 곳곳에 세워둔 말 조형물이 그 의미를 되짚어 준다.

 

오월은 신록의 계절이면서 봄의 절정에 이른 시기다. 특히 정석비행장에서 가시리로 이어지는 녹산로는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에 뽑힐 정도로 빼어나다. 제주의 봄이 온통 몰려있는 것 같은 노오란 설렘이 그 길에 묻어 있다.

 

하지만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는 그런 기다림마저 한순간에 갈아엎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염려한 나머지 유채꽃밭을 통째로 밀어버린 것이다. 어떤 비장함으로 죄가 죄를 물을 수 없는 시절이다. 하지만 봄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 순하고 착한 연둣빛을 피워 올리는 봄의 나무들이 희망을 전도하며 버티고 있다.

어느새 봄바람은 전병규·현희순님의 소금 연주곡 ‘귀소(歸巢)’로 불어온다. 가시리 행기머체 주변을 가득 채운 연둣빛 들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도 연신 귀를 기울인다.
어느새 봄바람은 전병규·현희순님의 소금 연주곡 ‘귀소(歸巢)’로 불어온다. 가시리 행기머체 주변을 가득 채운 연둣빛 들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도 연신 귀를 기울인다.

어느새 봄바람은 전병규·현희순님의 소금 연주곡 귀소(歸巢)’로 불어온다. 마음은 어디에서 어디로 어떻게 흐르는가. 어쩌면 자신에 집중하고 고요함에 머물렀을 때 마음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가시리 행기머체 주변을 가득 채운 연둣빛 들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도 연신 귀를 기울인다.

 

이어지는 곡은 직접 작곡한 아지랑이희망을 향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음악은 심금을 울려 또 한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희망은 아직 우리 곁에서 꿈틀 꿈틀거린다.

봄바람에 실려 온 시구. 김정희와 시놀이팀의 시낭송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봄바람에 실려 온 시구. 김정희와 시놀이팀의 시낭송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봄바람에 실려 온 시구. 김정희와 시놀이팀의 시낭송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가시리에서 가시(加時)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냥저냥 몇 년 세월 덤으로나 준 것 말고

내 열 살 적 눈 맞춰 둔 소꿉 색시 데려다가

한라산 중산간쯤에 돌솥 하나를 건다면?

하 기다린 죗값으로 가시 울을 친다 해도

겹겹 잣담 밖에 불잉걸을 둔다 해도

다저녁 돌아온 봄빛에 겨운 몸을 맡길 뿐

내 안의 먹뻐꾸기 물고 갔다 물고 온 것,

드러난 실밥이면 드러난 채 그냥 두고

그 남루 그 적막 받아 가시(加時)

-박기섭, ‘가시(加時)’ 전문.

 

가시리의 가시(加時)는 시간을 더한다는 의미일까, 꼭 알맞은 시간이라는 뜻일까. 시간은 인간이 정해놓은 물리적인 흐름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시간에 매어 산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숫자에. 평면적인 시공간에 살고 있기에 4차원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

 

내 안의 먹뻐꾸기 물고 갔다 물고 온 것,/ 드러난 실밥이면 드러난 채 그냥 두고/ 그 남루 그 적막 받아 가시(加時)그렇게 시간과 공간, 자아는 서로의 차원을 드나들며 평면에서 입체로 다시 우주의 거대 블랙홀로 빠져든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실은 없는 세계일지 모른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그냥 살아갈 뿐. 오월의 바람에 얹혀 먼지처럼 떠돌 뿐.

올해 첫 번째 바람난장 무대가 펼쳐졌던 지난 2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행기머체에서 정민자 2020년 바람난장 대표가 사회를 보고 있다.
올해 첫 번째 바람난장 무대가 펼쳐졌던 지난 2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행기머체에서 정민자 2020년 바람난장 대표가 사회를 보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행기머체에서 봄의 나무들이 희망을 전도하며 버티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행기머체에서 봄의 나무들이 희망을 전도하며 버티고 있다.

 

사회=정민자, 음악=전병규·현희순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 무용=강다혜

그림=홍진숙, 성악=황경수, 음향=김송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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