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는 녹색이어야 한다
지역화폐는 녹색이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논설위원

제주에서 지역화폐의 시초는 ‘북제주군사랑상품권’이다. 2005년 9월 북제주군은 각종 시상이나 인센티브 부여 때, 시계 대용으로 상품권을 지급해 유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가맹점 지정업소가 많지 않아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2006년 9월 ‘제주사랑상품권’이 발행되었다. 이는 답례품 개선 사업으로 상품권을 활용하자는 서귀포시 공무원의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경·조사 풍습인 부조 답례품으로 주던 세제, 치약, 화장지 대신 상품권을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발행 초 재래시장만 가능했으나 그 후 제주지역체인본부협의회 가맹점도 이용할 수 있어 사용이 증가했다.

타 지자체들도 2006년부터 지역화폐 발행이 본격화되었다. 경기 성남시의 ‘성남사랑상품권’, 강원 화천시의 ‘화천사랑상품권’ 등 성공 사례가 속출했다. 현재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는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04곳이며, 발행액은 2018년 3714억 원, 2019년 2조3000억 원으로 올해 3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이다. 많은 지방 정부들은 온라인 경제성장과 대기업 중심 경제로 인한 지역 내 생산과 소득의 ‘역외 유출’ 문제로 고민이 많다. 그리고 소비가 골목상권이 아닌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마트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지역으로 들어와야 할 세수가 부족해졌다. 이러한 재정 적자상태를 벗어나는 방법이 지역화폐 발행이다. 이와 함께 최근 모바일 간편결제나 선불카드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 소상공인들이 부담하는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가 줄기 때문에 소비자는 물론 소상공인들이 만족해한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일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는 지역화폐를 관광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고리로 삼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여 거창한 상품권이 아닌 진정한 지역화폐를 만든다고 한다. 이 준비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했으면 하는 세 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우선 지역화폐는 녹색화폐이다. 공식 화폐인 ‘법화(法貨)’와 달리 특정 공동체 안에서만 쓰이는 화폐이다. 녹색화폐는 공동체 회원끼리 자원봉사 활동과 물건을 사고팔며 지역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친환경 상품을 거래해 친환경 소비문화를 이끌고 ‘지속 가능성’을 구현한다. 아울러 지역공동체와 지역경제를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는 물론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가치를 소중히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화폐는 지방정부만이 아닌 이해당사자로 이루어진 거버넌스체제로 통합 운영되어야 한다. 특히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각종 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정책이 사라지고 지자체가 제공하는 할인이나 캐시백 혜택이 없어도 계속 상품권을 사용하게 된다. 즉, 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선물을 주거나 부가서비스를 ‘덤’으로 줘야 정부의 각종 혜택이 없어져도 매력적인 거래수단으로 남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 발행될 제주사랑상품권 도안에 김만덕 표준영정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물론 김만덕추모기념사업회와 영정을 제작한 운여환 교수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만덕은 평소 ‘재물을 잘 쓰는 자는 밥 한 그릇으로 굶주린 사람의 인명을 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썩은 흙과 같다’라고 했다. 바로 이 말씀이 단순한 상품권이 아닌 ‘녹색의 지역화폐’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