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신보
  • 승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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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그는 내 초등학교 2년 후배다. 현직은 감귤농업인 겸 이발사다.

워낙 집안이 가난한 소작농의 둘째로 태어나서 중학교 진학도 못했고, 이발기술을 배워 44년 동안 이발을 천직으로 알고, 두 마을 1000여 호의 이발사다.

나는 40여 년 동안 그의 단골손님이다. 군대 3년, 직원이 나를 포함해서 3명뿐인(국장이 7급) 중산간의 우체국장 시절 한번,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한번을 제외하고는 줄곧 단골이다. 다른 이발소에 걀 생각은 아예 없다. 자가용이라곤 11호차(걷기) 밖에 없는데, 먼 곳을 찾을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아니한가. 편리하게 생각할 나름이다.

그는 한 사람의 이발을 하더라도 고객의 성격까지 알아맞히고 정성을 다한다. 그가 ‘대성이용원’이란 상호를 내걸고, 오늘에 와서 ‘대성’을 이룬 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발을 마치고 그 이발소의 문을 나설 때는 늘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한다. 그가 싫어할 것인가.

그럼으로 그가 나의 머리 손질에는 더욱 정성을 쏟는 것 같다. 이발의자에 앉으면 나는 경우에 따라서, ‘오늘은 좀 짧게 이번만 좀 길게…’ 등의 말을 아주 가끔 하지만, 나머지는 그가 내 성격까지 잘 알아서 마음에 들게 해주니 고맙기 이를 데 없다.

그는 이발을 하려는 손님이 뜸한 농번기에는 바쁘다.

우리 집과는 대략 2㎞ 정도가 떨어진 곳에 이발소 겸 그의 자택이 있다. 그가 전정, 농약살포, 판매 등으로 농장에 가는 날은 그냥 가면 헛일이어서 휴대폰으로, 이발을 할 수 있는지 꼭 물어본다. 그가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밖으로 나갈 때는 이발소를 표시하는 표지를 돌리고 문을 열어둔다. 농장에 잠시 가거나 가까운 곳에 있을 때는,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정면에 ‘이발하실 분은 연락 주십시오.’ 010-****-6725라고 쓴 표지판을 붙여놓고 나간다. 연락을 하면 5분 이내에 승용차로 달려온다. 얼마나 편리한가.

나는 이발하러 갈 때는 꼭 그에게 사전 휴대전화로 상황을 알아본다. 우리 집과 그의 이용원은 2㎞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전화 없이 갔다간 운동은 되겠지만, 목적한 일은 헛걸음이다. 나는 집에 승용차가 한 대 있지만 아내가 일터로 오가는 데 이용해서 평소 나는 11호차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걸어보면 문을 잠그지 않았을 때는 농장에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 볼 일이 있을 때다. 이발을 할 수 있는 날은 오시라고 한다.

“예, 옵써.”(‘오십시오’의 제주방언)라는 답이 돌아와야 집을 나선다. 버스 노선도 있지만 운동 삼아 걸어서 오간다.

꽤 건강한 그는 85세까지는 천직인 밀감농사와 이발을 겸할 것이다.

나는 반세기가 넘는 단골이 될 것이고, 자수성가한 그가 부럽다.

개와 사람이 다른 점이 우선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 보자.

‘사람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등의 고리타분한 얘기는 빼고, 개는 한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내년이면 고희를 맞는 나는 한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는 사람을 이제껏 못 봤다.

사람은 성실하게 살면 햇빛 비치는 날도 있고 비 오는 날도 있다. 이것이 일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추운겨울이 가고 새봄이다.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성실하게 살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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