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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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주 수필가

인류 역사를 변화시킨 결정적 요인은 질병이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좋은 무기와 뛰어난 군대가 꼭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적에게 세균을 얼마나 더 많이 퍼트리는가, 얼마나 빨리 전염시키는가가 승패의 중요한 관건이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정복했을 때도 그곳 원주민들은 세균에 희생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왜 이렇게 세균이 진화하고 우리들을 병들게 하는가.

인류가 전염병에 걸리기 시작한 것은 여러 마리의 가축을 가두어 키우거나 야생동물을 요리해 먹은 것이 원인이었다. 세균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또 얼마나 치열했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더 진화된 방식으로 우리에게 대응해 왔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에 이어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19를 세 번째 팬데믹으로 선언했다.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 수가 25만 명을 초과하면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되자,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면서 혼란스러웠다. 사회는 대안을 요구했고 정부에서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원격수업, 재택근무, 화상회의를 열어 가며 다가오는 변화에 대처해 갔다.

‘언택트’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 비대면 비접촉이라는 뜻이다. 서로 멀어지고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오래 전, 맥 드라이브라는 패스트푸드점에 간 적이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손님이 차에 탄 채로 음식을 주문했다. 주문과 결제, 음식을 받을 때까지 차에 앉아서 해결하니 무척 편리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차하지 않고 차에 앉아서 상품을 살 수 있는 서비스. 그 방법을 코로나19 선별검사에 접목했던 것이다. 접수, 문진, 처방, 모든 검사과정이 차에서 이루어졌으며 안전하고 신속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가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 이미 있는 것을 새롭게 적용시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관련자들의 민첩하고 지혜로운 행동이 온 국민을 위험에서 구하고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변화들을 살펴보자. 단돈 2000원에 커피 한 잔은 물론, 편의점 삼각 김밥까지 현관 앞에 가져다준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는 1000원에 버려주고, 3000원을 내면 우체국 택배를 부쳐주거나 세탁물을 받아 주기도 한단다. 물건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일상을 해결해 주는 편리함. 새로운 트렌드에 고객이 점점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예술이나 스포츠 분야도 달라진다. 공연장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음악회가 생생한 라이브로 안방에 들어오고, 국내 최초 무 관중 프로야구 경기가 현장감 있는 영상으로 개막됐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고급 강연은 물론 생활의 모든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해결된다. 불편한 소통보다는 편한 단절을 추구하는 언택트 라이프시대.

우리는 시대의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한쪽은 멈추고 한쪽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금, 대면과 비대면 사이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대면했던 사람들이 자칫 소외되고 외로워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는 함께할 때 의미가 있다. 인류의 흐름이 비대면 시대로 가야 한다면 좀 더 마음 따뜻한 관계가 필요하다. 그런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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