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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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욱,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소장

5월은 제주도 전체가 향긋한 감귤꽃 향으로 가득 차는 시기이다. 좀 예민한 사람은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감귤꽃 향기를 맡는다고 한다. 감귤꽃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주로 ‘순결’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꽃보다도 향기가 좋아 향수로도 많이 개발되었다.

감귤은 2000∼3000만년 전 인도의 아삼 지방에서 기원되어 동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지중해를 거쳐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이며, 시조는 시트론, 문단류로 추정한다. 감귤은 세계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교잡이나 돌연변이를 통해서 여러 품종으로 분화되었는데, 온주밀감을 포함한 밀감류, 오렌지류, 문단류, 시트론류, 레몬류, 탄젤로류, 그리고 오렌지와 밀감을 교배한 탄골류(한라봉, 레드향 등이 포함됨) 등이다. 이 가운데 온주밀감은 약 500년 전 중국 온주지방의 밀감인 조귤이 일본 나가시마라는 섬에 전파되고 여기에서 씨가 없는 밀감이 발견된 후 지금까지 200여 계통들이 만들어졌다. 이 중 제주에서는 주로 궁천조생과 흥진조생이 재배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감귤이 재배됐을까? ‘탐라국왕세기’에 따르면 155년부터 탐라(제주)와 중국, 일본과의 토산물 교역에 귤(橘)이 포함된 기록이 있다. 백제무왕 35년(634년) “탐라에서 금귤을 보내어 축하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 이전부터 제주에 감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감귤 재배가 보편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귤은 오래전부터 건강식품으로도 사용되었다. 비타민 C 결핍으로 발생하는 괴혈병은 장시간 항해를 하는 선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는데, 1747년 제임스 린드가 괴혈병에 걸린 선원들에게 오렌지, 레몬 등을 먹여 치료한 후 감귤류는 괴혈병 치료제로 사용됐다. 이후 영국 해군은 배에 레몬을 준비하는 규칙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감귤은 동의보감 등에 다양한 효능이 전하며 최근 들어서는 ‘비타민의 보고’, ‘면역 강화 효과’ 등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감귤 재배면적은 제주도 2만90㏊, 육지부는 1145㏊(유자 포함)에 이른다. 특히, 제주 지역에서 감귤은 전체 농산물 수익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일이다. 가공이나 이용 분야 등에서 실제 도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창출 효과를 따져 보면 관광산업 못지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연 1816억 원의 환경보전가치(2006, 농촌진흥청)와 연 769억 원에 달하는 경관적 가치(2007, 제주대) 등 막대한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감귤은 오래전부터 ‘대학나무’로 불려왔다. 1970년경에는 감귤 가격이 비싸 감귤나무 2그루만 있으면 당시 서울대학교 등록금을 충당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불릴 만도 하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는 과잉생산과 품질 저하 등의 이유로 가격이 많이 하락하였고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온주밀감 위주의 품종 구조로는 절대 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없다. 우리의 감귤 이야기를 앞으로도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품종들을 만들어내고 보급해서 다양한 품종이 소비자들에게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산·학·관의 유기적이고 강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감귤 종자 주권이 공고히 확립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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