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윤활유로 작용하는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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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논설위원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경제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경제활동과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소상공인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경제 위기에 직면하여 정부는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두 기부하였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기부는 사회적 윤활유로 작용하는 이타적 행위로서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

벌금 같은 처벌제도가 행동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 알려져 있지만 안 그런 경우도 있다. 처벌과 윤리 관계에 대해 꽤 유명한 실험이 있다. 이스라엘의 탁아소에서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20주 동안 실시되었다. 직장에서 퇴근하는 부모가 약속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탁아소에 가야 하지만 지각하기도 한다. 탁아소는 지각하는 부모들에게 5주부터는 3달러의 벌금을 매겼다. 벌금을 매기면 지각하는 부모가 줄어들 것 같다. 실험결과는 6주 후부터 지각하는 부모가 증가하더니, 7주 이후에는 벌금제 도입 이전의 2배로 늘었다. 16주 후에 벌금제를 부과하지 않았던 원래대로 되돌아갔지만 지각하는 부모의 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벌금이 없을 때에 지각하는 부모는 죄의식과 미안함을 가졌었다. 그 감정이 부모의 지각을 막았다. 벌금이 도입되자 늦게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을 돈 주고 산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지각하는 부모는 더 이상 양심의 가책을 안 받았다. 탁아소 실험의 교훈은 벌금제가 도입되었다가 취소되었지만 허물어진 양심과 윤리 규범이 다시 이전으로 회복이 안 된 것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는 172조 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제프 베조스와 134조 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빌 게이츠이다. 경제학 책들은 이들이 길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주인 없는 돈 5만 원을 보면 줍지 말고 그냥 지나치라고 말한다. 남의 돈을 줍는 것이 나빠서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돈 5만 원을 주울 시간에 사업구상에 전념하는 게 더 돈을 벌기 때문이다. 제프 베조스와 빌 게이츠는 모두 집에서 저녁 설거지를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헌신과 배려는 돈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가게에서 소비자에게 백지수표를 주고 지불하고 싶은 만큼 금액을 써내라고 하면 손해 볼 것 같다. 미국 디즈니월드에서 행해진 현장실험은 정반대 결과를 보였다. 디즈니월드의 롤러코스터를 탄 사람들은 출구 쪽으로 나가던 중에 자신의 얼굴이 찍힌 사진을 보게 된다. 실험의 한 조건에서는 12.95달러로 사진가격을 제시했다. 다른 조건에서는 손님이 원하는 가격으로 돈을 내면서 그 돈의 절반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었다. 실험결과는 손님이 재량껏 지불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9배나 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찾았고, 사진 수입은 3.4배나 껑충 뛰었다. 소비자에게 가격 재량권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는 명분을 주자 소비자 반응이 더욱 커졌다.

빌 게이츠는 코로나19 퇴치와 백신 개발을 위해 3억 달러를 기부했다. 요즘 빌 게이츠는 미국의 국격을 높인 남자로 칭송받고 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일 “돈 돈 돈” 하며 우리나라에게 돈을 더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거래가 가격체계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신뢰와 배려의 사회규범은 돈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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