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급제 꿈꾸던 선비들이 발걸음 재촉하던 길
과거 급제 꿈꾸던 선비들이 발걸음 재촉하던 길
  • 제주신보
  • 승인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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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경기옛길 영남길
통일신라 번영 역사 영남대로
경부고속도로에 존재감 밀려
경기도, ‘옛길 영남길’ 복원
10개 구간에 총거리는 116㎞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길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영남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경이다. 경기도가 여러 해 동안 공들여 복원한 ‘경기옛길 영남길’은 10개 구간에 총거리 116㎞로 아파트 등에 막힌 구간을 대체할 길을 찾아 우회하다 보니 원형보다 좀 더 길게 만들어졌다.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길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영남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경이다. 경기도가 여러 해 동안 공들여 복원한 ‘경기옛길 영남길’은 10개 구간에 총거리 116㎞로 아파트 등에 막힌 구간을 대체할 길을 찾아 우회하다 보니 원형보다 좀 더 길게 만들어졌다.

우리 땅 한반도에서 옛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은 길은 어딜까? 

아마도 영남대로였을 것이다. 신라 땅에 자연스레 점선처럼 생겨나던 길들이 삼국 통일 과정에서 북서쪽으로 점차 늘어나며 한 줄의 실선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초창기의 영남대로는 통일신라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번영의 시대를 함께한 길이다. 

영남대로는 또한 한반도 젖줄인 한강-낙동강 라인과 인접해 궤를 나란히 한다. 수많은 이들의 발길과 함께 풍성한 역사 스토리들이 녹아 있음을 짐작게 한다. 인류 역사 초기 몇 페이지를 장식하는 메소포타미아 등 4대 문명에서 보았듯 우리 인간은 메마른 땅보다는 큰 강 유역에서 더 역동적인 삶을 이어갔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뚫렸다. 서울-부산을 이어왔던 영남대로는 그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대로’는커녕 초라한 ‘옛길’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개발시대를 거치며 거의 멸실되었던 영남대로가 최근 일부나마 되살아났다. 경기도가 관내 옛 노선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낸 것이다. 옛길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여러 해 동안 공들여 연구하고 고증을 거쳐 검증해낸 결과다. 이름하여 ‘경기옛길 영남길’. 

10개 구간에 총거리 116㎞다. 고속도로에 묻히고 신도시 아파트 등에 막힌 구간은 더 나은 대체로를 찾아 우회하다 보니 원형보다는 좀 더 길어졌다.      

경기도의 옛길 복원 사업은 2013년 5월 삼남길 10개 구간이 개통되면서 가시화됐고, 같은 해 10월엔 의주길 5개 구간이, 그리고 2015년엔 영남길 10개 구간이 열렸다.      

영남길 제2코스인 낙생역길에서 만나는 탄천 주변 풍경.
영남길 제2코스인 낙생역길에서 만나는 탄천 주변 풍경.

청계산 자락 옛골마을이 경기옛길 영남길의 시작점이다. 서울시를 벗어나 경기도로 막 들어서는 성남의 관문이다. 

원 노선은 경부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래내고개를 넘지만 복원된 길은 더 안전하고 호젓한 청계산 능선으로 우회한다. 

그 옛날 과거 급제를 꿈꾸며 먼 길을 걸어온 선비들이 땀을 훔치던 곳이 바로 달래내고개다. 그런 중요한 고개를 우회하는 미안함이 깊었는지 옛길 복원을 주도한 이들은 영남길 제1길에 ‘달래내고개길’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경부고속도로 경기 구간은 거의 수직으로 남쪽을 향한다. 영남대로 원 노선도 고속도로와 꼭 붙어 내려오다가 신갈 부근에서 45도 방향을 틀어 동남쪽 부산을 향한다.

옛길의 흔적을 찾아 경기도에 복원된 경기 도내의 영남길은 10개 구간 중 1길과 2길, 두 노선이 성남시를 관통한다. 신갈까지의 영남대로 원 노선은 판교 부근 일부만 제외하고는 거의 경부고속도로에 덮였거나 근접해 있다. 

그런 이유로 새로 복원된 영남길은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대체로를 찾아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성남 남부인 분당구를 관통하는 영남길 제2길 역시 새로 개척해낸 우회 노선이다.   

경부고속도로가 생기며 서울에서 부산을 오가는 길은 자동차 반나절 거리로 짧아졌다. 그 옛날 과거시험 보러 가던 선비들이 짚신발로 보름을 걸었던 영남대로는 일제강점기 땐 철도와 신작로에 밀리며 점차 그 위상이 초라해지더니 고속도로가 생기고부터는 그야말로 뒷방 퇴물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오늘날에 와선 몇 군데 흔적만 남게 된 영남대로가 경기 구간만이나마 복원된 건 크게 반길 일이다.      

영남대로 지도.
영남대로 지도.

영남대로의 총거리는 380㎞였다. 그중 경기 구간은 70㎞였지만 복원 과정에서 더 나은 대체로를 찾다 보니 116㎞로 늘어났다. 경기 지역별로는 성남 22㎞, 용인 61㎞, 안성 23㎞, 이천 10㎞로 이어진다. 4개 지역 중 용인 구간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경기옛길 영남길은 10개 코스 각기 나름대로의 스토리와 수려한 풍광들을 품고 있지만 베스트 하나만 꼽으라면 제7길인 용인 구봉산길이다.

영남길을 통틀어 해발 450m를 넘는 경우가 두 번인데 제4길 석성산길과 제7길이 그렇다. 난이도 면에서도 제7길이 6길과 함께 가장 높은데 둘 중에서도 7길이 더 높다. 

용인에서 남해바다 앞까지 거의 수직으로 이어진 도로가 17번 국도다. 영동고속도로 양지나들목에서 여수항까지 400㎞ 이상을 달린다. 

용인 양지에서 안성 죽산까지의 영남대로 원 노선은 17번 국도와 궤를 같이한다. 이 때문에 영남길은 복잡한 이 구간을 피해 서쪽으로 우회하는 대체로를 조성했다. 그 덕분에 오랜 세월 역사에 묻혀 있던 곳들이 새롭게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끌어들이기도 한다. 

특히 제6길 은이성지 마애불길은 종교인들에겐 의미가 크다. 다른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멀지 않은 우리 역사에서 신념 때문에 핍박받고 희생된 사람들을 숙연하게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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