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가져오기로 버려진 양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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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왜 꽃을 피우지 않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꽃으로 아름다움을 뽐내지는 않지만, 맛으로는 어떤 나물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봄나물이 아닐까 한다.

고사리는 여린 순을 동그랗게 말아 올렸을 때 채취해야 최고의 상품이 된다.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 산나물이지만, 오염된 토양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하니 제주가 청정지역인 것은 분명하다. 제주 고사리라고 하면 누구든 으뜸으로 생각하고 귀하게 여기니 말이다.

4, 5월이 되면 너나없이 산과 들을 찾는다. 따스한 볕과 싱그러움이 가득한 들녘은 기분 전환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덤으로 고사리가 한창이지 않은가.

남편을 꼬드겨 봄나들이 겸 들을 찾아 나섰다. 늦은 오후 시간이라 고사리 찾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차가 세워져 있는 곳에 무작정 주차하고 곶자왈 안으로 들어간다. 차가 주차해 있다는 것은 누군가 고사리를 꺾고 있음이고, 그곳은 고사리 자왈을 뜻함이다.

자왈 속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찾아 나서기도 전에 나를 반기는 것은 빈 생수병이다. 꽤 오랜된 듯 상표가 붙은 비닐은 벗겨진 채 누군가의 발에 밟혀 뭉개져 있다. 조금 더 걸으니 요기하려고 준비했던 듯, 빵 포장지가 덤불 아래 있다. 문득 시선을 돌리니 간식을 담았던 비닐봉지가 덤불 가지에 걸려 바람에 나풀대고 있다.

이쯤 되니 고사리 채취는 뒷전이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게 된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맞은편에서 빛에 반사된 무언가 보인다. 다가가 보니 커피를 마시고 버린 알루미늄 캔이다. 허탈하다. 한때는 빈속을 달래줄 주전부리기에 소중히 간직했을 터이다. 허기를 채운 후 곳곳에 버려진 흔적들, 누구의 양심일까.

환경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여전히 미미하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사고를 이대로 묵인해 버린다면, 미래 세대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게 될까.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서늘해진다. 우리는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와 건강한 환경을 후세에 물려줄 의무가 있다. 미래의 후손들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고 책임이 아닌가 한다.

바야흐로 생명이 움트는 신록의 계절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곳에는 쓰레기의 비명으로 얼룩져 있다. 이 시기가 되면 들녘은 고사리 채취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사람들만큼이나 자왈에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실천은 왜 낯설기만 한 걸까.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인 쓰레기 되가져오기로 우리의 미래를 지켰으면 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갈 동안은 환경문제 때문에 입을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다가오는 미래 세대가 걱정일 뿐이지.

소소함이 주는 가치는 무한하다. 지역 주민봉사대에서 고사리 자왈 부근으로 정화 활동을 다녀왔다. 누군가 그런다,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일이라고.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언젠가는…’ 말끝을 흐리며 희망을 품어 본다.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이 어설프지만, ‘쓰레기 되가져오기’ 실천으로 우리의 버려진 양심을 되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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