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크레바스와 정년 연장
소득 크레바스와 정년 연장
  • 제주신보
  • 승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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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국장

크레바스(Crevasse)는 빙하가 흘러내릴 때 깨어져 생기는 틈을 말한다. 빙하 아래의 경사가 급할수록 크레바스가 많이 생기며, 완만한 사면에서는 틈새 표면에 눈이 덮인 히든 크레바스(hidden crevasse)가 생겨 등반 활동 중에 모르고 지나다가 빠져서 사고를 일으키기도 해 등반가나 탐험가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소득 크레바스는 직장에서 은퇴해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50대 중반에 은퇴해 60대에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수년간 공백기간이 발생하는데 이 기간 동안 생계에 위협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최근 직장에서 퇴직한 뒤 국민연금을 받기 전인 50~64세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퇴직자들이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는 시점까지인 ‘소득 크레바스’ 기간은 평균 12.5년이었다. 설문 대상 중 62.8%가 생활비를 퇴직 전보다 28.7% 줄였다.

퇴직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생활비는 월 400만~500만원이었는데, 실제 한 달 평균 생활비는 251만7000원이었다.

조사 대상자들은 “한 달 생활비 200만~300만원은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며 먹고사는 정도일 뿐”이라며 “경조사를 챙기고 여가도 즐기려면 그 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점차 65세까지 늘어난다. 가뜩이나 노후 준비가 어려운 상황에서 퇴직 후 몇 년을 소득 없이 버티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부터 노인 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을 가능케 하는 카드는 정년 연장이다.

정년을 늘리면서 동시에 노인이 아니어도 받을 수 있는 각종 보편적 복지제도가 ‘소득 크레바스’를 채워 준다는 보장이 있어야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

실업자에 대한 실업부조 제도, 중장년 일자리 확충, 사회적 일자리 확대 등이 ‘소득 크레바스’를 줄일 수 있는 보편적 복지제도가 될 수 있다. 급속한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인 연령 상향과 정년 연장에 대한 소모적 논쟁만을 되풀이 할 여유가 없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에 앞서 정년을 연장하고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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