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즐기자
향기를 즐기자
  • 제주신보
  • 승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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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수필가

제주 섬에 향기가 가득하다. 매년 이맘때면 여기저기서 귤나무가 꽃을 피운다. 이것만이 아니다. 갖가지 꽃이 피어 산책길을 즐겁게 한다. 달리 신록의 계절이 아니다. 계절의 여왕 오월이 아닌가.

식물은 저 고운 색과 향을 어디에 숨겼다가 피워내는 것일까. 지인과 걷는 중에 만난 꽃양귀비는 무척 아름다웠다. “이 꽃 보세요. 정말 아름답죠. 이 색으로 옷을 지어 입으면 얼마나 예쁠까요?” 선한 마음을 지닌 그녀인지라 누구보다 더 어울릴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답을 대신해 주었다.

주변의 아파트 정원에 눈길을 끄는 꽃나무가 있다. 지나다 보았는데 어쩌면 그리 고울까 싶어 길가에 오래 서서 꽃구경했다. 인간이 만든 것과 달리 자연은 여러 번 봐도 싫증이 나지 않아 좋다. 오십 년을 넘게 살았는데 처음 보는 꽃들도 꽤 있다. 꽃잎의 개수를 셀 수 없는 겹 장미가 식탁 화병에 꽂혀 있다. 볼 때마다 감탄한다. ‘장미는 무엇으로 이 많은 꽃잎을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은은한 향기가 기분 좋다.

꽃만 향기를 가진 게 아니다. 이국에서의 삶이 힘들고 외로울 때 외삼촌은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들으며 견뎌 내었다. 가족과 부모·형제를 떠나 모든 것을 홀로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고 싶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음악은 인간의 정서를 풍부하게 해 준다. 슬픈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카타르시스에 빠지기도 한다. 운율이나 가사 속에 자신을 투사함으로써 감정을 이입하고 정서적으로 참여해 간접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향기는 다른 데도 있다. 로나 번의 『수호천사』는 읽을 때마다 위안을 준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지은이의 실재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수호천사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자주 빠졌기 때문에 의사는 지적 장애 진단을 내렸다. 사회와 친구들로부터 외톨이가 되었지만, 친구이자 교사가 되어준 천사들 덕분에 외로움을 극복하고 세상을 학습할 수 있었다.

로나의 얘기를 들어보자. 신은 우리가 행복하고 우리의 삶을 즐기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를 도우라고 천사들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눈송이를 셀 수 없듯 그들의 숫자를 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을 돕기 위해 천사는 최선을 다하지만, 사람들은 살아가기 바쁜 나머지 자신을 돕기 위해 거기 수호천사가 있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수호천사 덕분에 로나는 주변의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었다.

절망하고 영혼이 지쳤을 때, 고통과 슬픔이 심장을 짓눌러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무형·유형의 수호천사가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로나 번은 간곡하게 말한다. 그것은 빛 혹은 어떤 보이지 않는 손길을 통해서 온다고 한다.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고 아무도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힘든 시기에도 수호천사들이 우리 곁에 있다. 언제나 이것을 기억하라고 한다. 활짝 핀 꽃들만 향기를 내뿜는 게 아니다. 나를 돕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은 사계절을 향기에 잠겨 사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타인을 향한 선한 말과 행동도 보이지 않는 향기가 되어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해줄 것이다. 사람들이여, 우리 맘껏 향기를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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