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꽃등 밝힌 오월은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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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와흘리 감귤꽃밭(上)

일제히 터트리는 순백의 귤꽃들…밭돌담 너머 향기 달려들어
제 힘으로 끝까지 행진하고픈 꽃망울…“어디든 함께 건너고 싶다”
제주의 5월은 귤밭의 꽃향기가 가득해 설레게 한다. 와흘리 감귤꽃밭 과수원의 창고와 귤나무의 꽃들을 가득 표현했다. 고은作, 귤꽃향기 가득.
제주의 5월은 귤밭의 꽃향기가 가득해 설레게 한다. 와흘리 감귤꽃밭 과수원의 창고와 귤나무의 꽃들을 가득 표현했다. 고은作, 귤꽃향기 가득.

5, 약속이라도 해둔 듯 일제히 터트리는 순백의 귤꽃들이 사랑스럽다. 소리 없이 밭담 넘나들랴 분주한, 날개 단 꽃향기를 누가 막으랴.

 

도심만 살짝 벗어나면 성근 밭돌담 너머로 귤꽃 향기 코끝으로 슬며시 달려든다. 섬 곳곳을 다 채울 요량인지 달뜬 분위기다. 나무에 달린 도톰하고 희디흰 다섯 장의 꽃잎들, 수행 중인 섬세한 자세 끝이 촉촉하다. 그 중심축으로 샛노란 지휘봉을 물고선, 갓 탄생한 진초록의 봉긋한 아기 열매는 또 어떤가. 오늘처럼 안개가 자욱한 봄날이거나 비 오는 날엔 초록빛 볼살이 더욱 통통해진다.

전병규, 현희순님이 연주한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가 감귤밭에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이어서 연주된 전병규님의 자작곡 ‘화북포구 가는 길’의 경쾌한 가락에 분위기가 반전된다.
전병규, 현희순님이 연주한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가 감귤밭에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이어서 연주된 전병규님의 자작곡 ‘화북포구 가는 길’의 경쾌한 가락에 분위기가 반전된다.

때마침 5·18 추모일을 앞둔 터다. 그간 추모곡으로 연주되던 곡을 소환시키는 전병규, 현희순 팀이다.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가 애잔하게 대금으로 연주된다. 깊은 슬픔이 밀려들고 슬플수록 사랑하는 마음을 더 갖기를 제안하며 전병규 선생님의 자작곡인 화북포구 가는 길의 경쾌한 가락에 분위기가 반전된다.

시 낭송,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이승은 의장님을 비롯한 회원들이 참석한 자리다. 동행한 우은숙 시인이 ‘오토바이 탄 그녀’를 낭송한다.
시 낭송,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이승은 의장님을 비롯한 회원들이 참석한 자리다. 동행한 우은숙 시인이 ‘오토바이 탄 그녀’를 낭송한다.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이승은 의장님을 비롯한 회원들이 참석한 자리다.

동행한 우은숙 시인이 오토바이 탄 그녀를 낭송한다.

 

동백꽃 뒤로 밀자 테왁이 꽃이 된다/ 그녀의 칠십 물길도 봄 닿자 환해진다/ 빨간색 오토바이는 길 위에서 꽃이 된다// 주저 없이 내딛는 가파른 생의 꽃자리/ 먼 기억 폭죽 터진 물구슬 파편 사이로/ 오늘은 망사리 가득 첫사랑을 담고 달린다.’ 자작시 낭송 후, 참석한 이들에게 첫사랑을 떠올려보라는 시인이다.

우은숙 시인의 ‘해녀’ 주제의 시낭송 뒤로 해녀 엄마를 둔, 사회자인 정민자 바람난장 대표의 감성도 슬며시 건드려놓았나 보다.
우은숙 시인의 ‘해녀’ 주제의 시낭송 뒤로 해녀 엄마를 둔, 사회자인 정민자 바람난장 대표의 감성도 슬며시 건드려놓았나 보다.

해녀주제의 시낭송 뒤로 해녀 엄마를 둔, 사회자인 정민자 바람난장 대표의 감성도 슬며시 건드려놓았나 보다.

귤나무들 사이로 김정희와 시놀이 팀의 시낭송이 이어진다. 시와 어우러진 퍼포먼스가 우리들의 마음을 자극시킨다.
귤나무들 사이로 김정희와 시놀이 팀의 시낭송이 이어진다. 시와 어우러진 퍼포먼스가 우리들의 마음을 자극시킨다.

철부지, 저 철부지/ 목숨 걸 게 따로 있지/ 사춘기 여드름 돋듯 복작복작 꽃숭어리/ 다섯 살 감귤나무의 꽃모가질 비튼다.’ 귤나무들 사이로 김정희와 시놀이 팀의 시낭송이다. 막 낙하한 꽃들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씨름을 끝낸 섭섭한 타협의 현장은 아니던가.

 

바다다, 일렁일렁 보름사리 애월바다

새별오름 녹고뫼오름 떴다가 잠겼다가

해종일 밀당을 하듯

꽃 따내는 이 짓거리

 

철부지, 저 철부지

목숨 걸 게 따로 있지

사춘기 여드름 돋듯 복작복작 꽃숭어리

다섯 살 감귤나무의 꽃모가질 비튼다

 

우리, 이왕이면 너 살고 나도 살자

직박구리 여윈 발목 고대하는 첫 수확

하늘도 세상도 절반

타협하는 이 봄날

-문순자, ‘섭섭한 타협전문.

 

맑은 날 밤에 새하얀 꽃등 밝혀 놓은 귤나무 위로 교교한 달빛이 스며들 테다. 이에 초록빛 민낯들로 한껏 기지개 펴며 벌떡 일어나 반짝거릴 태세다. 불현듯 자리를 내놓은, 거세당한 창백한 꿈들의 기도도 녹아들어 보듬을 참이다. 제 힘으로 끝까지 행진하고픈 꽃망울들, 그 진자리가 다시금 어른거리자 외친다. “어디든 함께 건너고 싶다.”

바람난장 식구들의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
바람난장 식구들의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

사회=정민자, 영상=김성수

사진=허영숙, 음향=김송

그림=고은,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

대금/반주=전병규/현희순

노래=김영헌, 팬플룻=서란영

=고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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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2020-05-22 09:22:49
다음 바람난장은 어디서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