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찾아가고 다시 쳐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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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한 십여 년 전에 러시아의 베슬란이라는 도시에서 어느 가정의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다. 대단히 큰 집이었는데, 거실이 아주 넓었고 거실 한가운데는 영화에서나 볼듯한 대단한 샹들리에가 높이 걸려 있었다. 우리가 넋을 잃고 샹들리에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 집 안주인이 찻잔을 들고 와서 앉더니 샹들리에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 열흘 일정으로 가족이 핀란드로 여행을 갔었다고 했다. 헬싱키 어느 호텔에 여장을 풀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저녁 시간에는 부인 혼자 호텔 근처를 산책하다가 어느 조명기구 가게로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노키아가 세계를 제패할 때여서인지 핀란드 조명기구들의 화려함은 놀라울 정도였다.

러시아의 작은 도시에 살던 부인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구경을 하다가 어느 샹들리에 앞에 멈추어 서게 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샹들리에라면 가격은 대단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가격을 물었다. 웬만해야 흥정을 할 텐데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정도의 가격이었다. 풀이 죽은 아줌마는 호텔로 돌아와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샹들리에가 잘 잊혀지지 않아서 잠을 못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날 저녁에도 가족들에게 산책을 간다 말하고서 혼자 다시 그 가게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 샹들리에 앞으로 다가섰다. 돈이 없어서 사 갈 수는 없으니까 구경이라도 열심히 하다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한참 구경하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에도 그리고 그 다음날 저녁에도 찾아가서 그 앞에 한참 섰다가 돌아왔다. 그렇게 대여섯 번 했을까, 내일이면 러시아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찾아가서 그 샹들리에 앞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면서 서 있었는데, 가게 주인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얼마를 내도 좋으니까 내고 싶은 만큼만 내고 그걸 가져가세요. 그 샹들리에가 아주 비싼 것이긴 한데, 그걸 당신과 함께 보내지 않으면 내가 평생 후회할 거 같아요.”

그때 러시아 아줌마는 구경만 하려고 산책삼아 갔던 것이기 때문에 돈이라고 할 만한 액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주 적은 돈만을 지불하고서 그 샹들리에를 껴안듯이 들고서 호텔로 그리고 러시아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집을 찾아와 샹들리에를 쳐다보는 사람을 볼 때마다 그때의 무용담을 들려주면서 살아왔노라고 했다.

특별한 의도없이 보고 싶은 것을 다시 보려고 몇 번 찾아가서 그냥 열심히 쳐다본 것 뿐인데,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너무나 아름다운 고귀한 빛의 기구가 거저 주어진 것이다.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때, 아줌마의 얼굴은 샹들리에보다 더 환하게 빛나는 듯했다.

지금은 온 세상 누구에게나 어렵고 어둡고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어느 때보다 우리 마음과 집안을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밝게 비춰줄 빛의 도구가 필요할 때인 셈이다. 마음이 어둡고 무겁더라도 그냥 일어서서 어딘가를 다시 찾아가고 또 자꾸 쳐다보는 중에 생각지도 못한 소중한 무언가가 주어지는 일이, 그 러시아 아줌마에게만 생길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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