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인연
전생의 인연
  • 제주신보
  • 승인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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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영혼은 열악한 환경에서 꽃을 피우는 자기만족에 높은 점수를 주며 부자의 교만에는 낙제 성적표를 준다. 완벽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하며 잠재적 본능에 숨어있는 초심을 꺼내야 한다.

안타까운 죽음은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해야 하며 남아있는 이들에게는 경각심을 준다.

헤어짐은 정해진 수순이고 첫눈에 반하는 인연은 손가락을 걸었던 맹세이다. 이루고 싶은 그리움은 기적을 부르고 미소 짓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평생 교직생활을 하다 정년퇴직을 하신 여성분은 한마디 말에도 품격을 담아 존경심을 받았다. 혼자만의 아픔을 알고 있기에 밝은 얼굴 뒤에 애처로움이 마음에 걸렸었다.

그가 문득 찾아와서는 한숨부터 내쉬면서 요즘 계속해서 죽은 딸이 꿈에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화려한 색상의 옷을 번갈아 입으면서 어떤 게 예쁘냐고 물어본단다. 그리고는 큰절을 한다고 설명했다.

제삿날이 다가와서 그런가 했는데 어제는 꽃가마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단다. 궁금하기도 하고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무슨 사연인가 해서 잠시 기다리라 하고 영적 대화를 청하니 수줍은 표정으로 때가 온 거 같으니 시집을 보내달란다. 그럴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 입장이라 현재 이런 상황이라고 설명을 하니 당장이라도 서둘러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지인 아들의 갑작스러운 비보로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사진 속 얼굴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천도재 이야기가 나오길래 망자가 결혼을 했냐고 물으니 못했단다. 내심 잘 됐다 싶어 중매쟁이를 자초했다.

남자가 조금 연하인데 궁합은 천생연분이었다. 어렵게 설득을 한 후 양가 부모 상견례를 하고 둘만의 의식을 치러 주었다.

밤도 늦은지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침을 맞이했는데 놀라운 광경이 눈에 보였다. 각자의 이름이 쓰인 부적 위에 있던 화합주가 쏟아진 흔적 없이 비어져 있었다. 양쪽이 손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큰 숙제를 마친 후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전생에도 부부였고 현생에도 이런 관계를 이어가려 했다는 것은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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