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와 언택트 그리고 소외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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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얼마 전 로봇청소기를 구입했다. 물걸레질까지 싹싹 되는 중국에서 온 이 로봇은, 우리집 바닥이 실제로는 빛이 나기도 하는 소재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마음을 쏟게 되는 기계를 들이면 늘 이름을 붙여주었다. 식기세척기는 ‘방울이’, 의류관리기는 ‘요물’ 이런 식으로 나만의 애정을 담아 불러주었다. 로봇청소기에게는 처음 ‘돌돌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으나 매일 같이 꼼꼼하게 열일하는 모습에 반해 ‘이모님’이라 개명해 주었다.

‘이모님’은 중국에서 오셨지만 한국말을 잘하신다. “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한 바퀴 집을 돌며 ‘맵핑’을 한다. 스스로 집 구조를 모두 파악한 뒤에는 알아서 청소를 한다. 비는 곳 하나 없이 칼 같은 각도로 움직이고, 가구 밑까지 구석구석 꼼꼼하게 청소한다. 청소가 끝나면 “청소를 완료하였습니다”라고 말한 뒤 놀랍게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바로 충전기를 찾아가 도킹한다. 이 신문물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언택트는 사람들이 실제로 접촉(contact)하지 않고(un-) 소비 등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발전하고 있는 기술의 힘을 빌려, 사람 대 사람이 직접 만나 이루어지던 일들을 이제는 원하는 사람이 혼자서 모바일 등 기계를 이용해 진행할 수 있는 비대면 세상이 되어 가는 것이다.

필자는 중학교 때 삐삐를 썼고, 고등학교 때 처음 휴대폰(당시에는 PCS라고 불렸던)을 사용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서른 살이 되어서야 생전 처음 본 신기한 물건이었다.

필자는 기계를 쓰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새로운 기계를 사서 배우는 건 좀 귀찮은 일이라는 생각도 드는 세대인 것 같다. 앞서 말한 ‘이모님’을 무려 집 밖에서도 작동 시킬 수 있다기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다가 자꾸 에러가 나서 결국 설치를 포기하기도 했다.

결국 필자는 ‘이모님’을 언택트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컨택트로만 쓸 수 있게 되었는데, 아마 필자의 윗세대 분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편리한 세상’에서 소외되는 것이다.

제주는 2025년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됨에 따른 여러 문제는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이 전체적으로 맞게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제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지역이 되겠다고 특구 지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며, 고령화 사회를 타겟팅하여 기술을 이용해 기술적으로 소외되는 사람이 없게 하는 정책개발을 우선적으로 해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람들은 타인과 컨택트-공간적으로 함께 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세상에서, 재난지원금 이후 정책적으로 누구를 어떤 계층을 먼저 케어해야 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해 신속한 배려를 해야한다. 그 우선순위에 고령자들이 있었으면 한다. 삶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기계를 이용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 오히려 전혀 편리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로봇청소기 하나에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다 함께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이때, 배려받아야 할 사람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라 본다. 그리고 그 선두에 제주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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