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반딧불이
  • 제주신보
  • 승인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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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능자 수필가

여름이 되면 어린 시절 시골에서 오빠와 함께 낮에는 매미, 밤에는 반딧불이를 잡으러 다녔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어둠이 내리면 꽁무니에 녹황색 빛을 발광하는 그 신비로움에 이끌리어 반딧불이를 찾아 나섰다.

그 때 어떤 아이는 도깨비불이라고 무서워하며 피해 다녔지만, 나는 작은 벌레가 꽁무니에 등불을 달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신통하고 귀엽기만 했다.

호기심 많은 오빠는 반딧불이의 빛을 늘 궁금해 하면서, 유리병에 그 빛을 모아 중국 고사에 나오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의 주인공처럼 책을 읽어 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반딧불이는 오빠의 마음을 환하게 비춰 준 등불이었고, 외로울 땐 친구가 되어 주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오빠가 세상을 떠 난지 50여 년이 지났다.

그 때 보았던 반딧불이도 자취를 감추었다.

어쩌면 오빠는 저승에서 반딧불이가 돼 고향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몇 해 전 교원 국외연수 팀에 끼어 89일간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한 적이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 때 그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세계 8대 불가사의로 알려진 뉴질랜드 동굴 속 반딧불이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우리 일행은 호주의 일정을 마치고 뉴질랜드의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와이토모에 도착했다.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입장권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굴 속은 물이 흐르고 있어서 20명씩 보트를 타고 관람했다.

보트가 앞으로 미끄러져 나갈 수 있도록 천장에 줄을 매달아 동굴 안내원이 줄을 잡아끌며 소리 없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보트는 점점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 가다가 손전등으로 천장을 향해 비춰 보니,

수없이 많은 반딧불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잠시 후 캄캄해진 동굴 속 천장을 다시 올려다보니 파란 빛을 영롱하게 발하는 보석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빛이 환상적이어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그 옛날 나와 불꽃놀이를 했던 반딧불이가 태평양을 건너 공해를 피해 여기로 다 모인 것 같았다. 저 속에 오빠 반딧불이도 있을까?

반딧불이는 한국에서 멸종 위기의 생물이 되고 말았다. 무주의 반딧불이 서식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실정에 이르렀으니 수질 오염이 극에 달한 모양이다.

반딧불이는 현재의 자연환경 청정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생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뉴질랜드처럼 공해가 없는 깨끗한 환경으로 만들면 언젠가는 밤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이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웃나라의 나뭇잎 하나도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 뉴질랜드의 환경보호정책은 세계 최고라고 할 만했다.

인간은 지구에게 많은 죄를 짓고 있다. 자연이 훼손 되어 숲이 망가지고 강이 혼탁해지면 사람들도 병이 들게 마련인데, 우리가 한 행동은 모두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늘 대자연과 우주를 동거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또한 대자연의 일부인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인간 속에서도 자연의 DNA를 갖고 있다는데, 지구의 파괴된 환경을 보고서야 자연 속의 나를 발견하게 되었으니 미욱하기 그지없다.

자연을 아끼는 것이 곧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마음에 새긴다.

이기심을 버리고 자연 앞에 더 겸손한 자세로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작은 벌레 한 마리에게도 마음을 여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 밤은 반딧불이 생각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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