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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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코로나19 난국으로 큰 곤경을 치르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후원금 회계 부정 등 의혹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파문에 이어 나눔의 집까지 내분 사태에 빠지면서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후원금이나 기부금은 공익단체 본연의 사업 목적에 쓰라고 쾌척한 것으로 예사 돈과 다르다. 보시(布施)로 자비의 마음에서 조건 없이 베푸는 재물이다. 사욕을 채우거나 명리(名利)나 반대급부를 챙기라 낸 돈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부정(不淨)을 철저히 배격한다. 산천어가 사는 일급 수 만큼이나 맑은 돈으로 정재(淨財)다.

내놓는 동기가 순수하니 사용하는 것 또한 깨끗해야만 한다. 허투루 써선 안되고 그렇게 쓸 수 있는 돈도 아니다. 이를 소홀히 했다면 큰 업을 짓는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지은 집이 쉼터인데, 정작 할머니들은 TV를 보고서야 그런 시설이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면, 이가 안 맞아도 한참 안 맞는다. 행여 해당 단체 책임자라는 자가 임의로 돈을 주물렀다면, 정녕 그러했다면 횡령을 넘어 어두운 우리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일본이 얼마나 비웃겠는가.

시민단체가 마침내 정의연 후원금 모금과 예산 집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해 달라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정의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참히 무너졌다. 불법적·비정상적 예산집행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해 행동단계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그마치 정의연이 기부금과 성금 등을 할머니들을 위해 쓸 것이라 더는 신뢰할 수 없다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 가처분신청의 이유다.

후원금에도 영수증이 있다. 누가 후원했는지, 후원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후원 금액이나 후원 물품의 품명이며 수량을 상세히 기록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영수한 사실 또한 목적사업에 성실히 사용할 것을 내용으로 명시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후원금 영수증도 한낱 허명의 문서가 되고 만 게 아닌가.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윤미향, 김복동 할머니 묘지서 뻔뻔하게 가짜 눈물을 흘렸다.” “30년 동안 속이고 이용하고 재주는 곰이 하고 돈은 되놈이 받아먹었다. 자기가 사리사욕에 따라 출마한 것이다. 용서한 적이 없다.” 끝으로 한 말이 서릿발 같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 한다.”

같은 목적으로 조계종단에서 운영하는 시설 나눔의집도 안정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불공정 운영 의혹과 비리가 내부 직원에 의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종교 쪽이라 논란의 파고가 더 높아 거센 너울을 부를 것이다. 후원금을 횡령하고 할머니를 학대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후원금 횡령·할머니들에 대한 인권침해 내용이 담긴 고발장이 내부 직원에 의해 제출돼 있는 상태다. 소장이 할머니를 홀대해 막말을 하는가 하면 후원금 대부분이 종단으로 흘러들어갔다고도 한다. 할머니들을 위해 써 달라 한 후원금이 할머니들에게 쓸 수 없는 돈이 돼 버렸다면, 가슴 칠 일이 아닌가.

단 한 푼까지도 투명하게 쓰여야 하는 돈이 후원금이고 기부금이다. 이런저런 정황은 분명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는 것이다. 연기가 사실이라면, 누군가 아궁이에 앉아 불을 때고 있다는 게 된다. 제발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누가 후원하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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