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자기주도학습을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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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논설위원

지난주부터 등교가 시작되었다. 교문이 열리자 아이들이 하나 둘 운동장으로 들어간다. 뒷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눈가에 근심이 가득하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게 힘들었는데, 막상 보내려니까 발 길이 떨어지지 않네요. 저학년들은 온라인으로 수업해도…’라며 말을 맺지 못하는 학부모들. 6·25의 피난지에서도 천막을 쳐서 학교를 운영했던 대한민국의 교육역사 70년에 초유의 일이 발생한 셈이다. ‘헐벗고 굶어도 자식만은 학교에 보낸다’던 부모들의 열망이, ‘흙바닥에 앉아서라도 선생님과 공부를 해야 된다’는 학생들의 의지가, 달라진 것일까?

코로나19 이후에는 우리의 교육 현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계의 전망이다. 적어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것이 전염병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에 대처하는 최선으로 제시된다. 최근 들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엔데믹(endemic·주기적 발병)이 될 수도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언제 끝날까 하는 조바심을 박차고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교육현장의 혼선에 대처하는 하드웨어적 접근과 동시에 교육의 본질을 새롭게 설정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필요함을 요구한다. 교육현장의 지평선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지고 있다.

이쯤에서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 운영하는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JJSDL)를 소개하려 한다. JJSDL은 과거의 대통령 지방별장이자 도지사 관사이던 장소에 자리했다. 소중한 곳에서 제주의 미래 인재들을 보석같이 키워보자는 도민의 숙원이 담겼다. ‘제주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사람의 가치를 키워서 더 큰 제주를 열어보자’는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공약이 스며 있기도 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해마다 발표하는 수능성적 분석결과, 제주학생들의 표준점수 평균이 10년째 최상위권임은 제주의 학습능력이 한국을 대표한다는 방증이 아닌가.

그러므로 JJSDL의 목적은 제주지역의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과정을 이끌어 나가는 역량, 즉 언제·어떤 공부를·어떤 방법으로·왜 할 것인지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해 나가는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2020년 다보스포럼에서도 혁신과 창의력, 평생학습 및 학생중심의 학습 등과 함께 ‘개인화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미래교육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강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혁신학교로 주목받는 칸랩스쿨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유연한 교육’을 대변한다. 실은 제주의 섬, 우도에서도 이와 유사한 자기주도학습이 실행되고 있다.

우도는 그동안 교육의 사각지대와 같은 곳이었다. 더욱이 관광지로 들썩거리면서 어른들이 분주해지자 아이들의 교육이 더 열악해졌다.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JJSDL이 우도로 찾아가 지역아동센터와 손잡고서 마중물 배움터를 열었다. 마중물이란 펌프에서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먼저 부어주는 물을 말한다. 지역특화 진로체험, 학습역량 강화, 창의·인성 프로그램, 자기주도학습 컨설팅 등이 마중물로 부어졌다. 특히 부모 교육을 위해서는 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공휴일도 반납했다. 마침내 ‘아이들의 미래가 따뜻한 곳, 우도’가 되었다. 이처럼 아이들의 자기주도성을 마중하여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배움터는 도 전역에 24개가 운영되고 있다.

바라기는 제주의 오름이 혼자이면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지만 한데 모이면 한라산 같은 장관을 이루듯, 제주의 아이들이 자기주도학습으로 성장해서 미래사회를 주도하는 인재들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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