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과 초록의 연출은 삶의 바탕
하양과 초록의 연출은 삶의 바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한라산을 배경으로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빙그레 웃는 모습에 하얀 고독을 느낀다. 하얀 구름이 연출하는 낭만적인 풍광에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 고독이 잉태하고 있다. 자연에는 윤노리나무꽃과 고추나무꽃 등 다양한 수종의 조화가 싱그럽고 아름답다.이들은 초록잎 바탕에 하얀꽃이 찰진 아지랑이로, 하얀 구름으로 피어오르고 있다.

하양은 빛의 합이지만,이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윤리학자들은 이 색을 보면 흠이 없는 깨끗함결백함’, 일반인들은 보통 공백상태순수함을 먼저 떠울리겠지만, 하양은 모든 가능성의 시작을 뜻한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만으로 분명한 결과를 예측하진 못한다. 이 점도 하양이 지닌 심상이다.

현실세계는 다양한 빛깔로 이루어져 있다.이 모든 빛은 한 곳에 모여 하양이 된다. 그런데 하얀색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다양한 색으로 분리탄생된다. 표면상 하양엔 자극적인 다채로움이 없는 탓에 우리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진짜색이 아니고,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특수한 개념이다.

이 하양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각자 삶의 방식에 따라 다소 다르다. 뇌의 신피질,즉 언어,학습,기억 등 복합 사고를 담당하는 뇌가 이를 담당한다. 태어날 때 신피질은 하얀 도화지 같지만 그 이후 학습에 의해 여기에 다양한 것들이 그려진다.

각자의 하얀 도화지에 표현된 발자취를 보면 그 사람의 삶의 형태를 알 수 있을 것같다. 정호승은 발자국에생명을 불어 넣었다. “눈길에 난 발자국만 보아도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남은 발자국들끼리 서로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것을 보면/남은 발자국들끼리 서로 뜨겁게 한 몸을 이루다가 녹아버라는 것을 보면/ ()”

눈이 내리면 포근하고 설렌다. 눈밭에 난 발자국을 보면 신비롭다. 땅을 덮은 눈은 겉으론 차갑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 아래 있는 땅의 생명체를 보호한다. 대지를 덮은 하얀 눈은 생명이 발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하양은 시작을 암시한다. 희고 깨끗한 순백의 캔버스는 화가에게 창작의 시작이다. 또한 이것은 무한한 도전과 응전의 암시이기도 하다. 잘못 표현한 점이나 선은 작품 전체를 망칠 수도 있기에 그렇다.

하양의 뒤쪽에는 생명의 근원인 초록도 있다. 초록식물은 인간의 삶과 건강, 그리고 참살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인간과 동물이 호흡할 때 필요한 산소도 식물이 생산한다. 이들의 초록빛은 인간의 장기 중 특히 폐에 영향을 미친다.

색채이론가에게 초록은 다만 원색인 파랑과 노랑의 혼합일 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다. 이들에게 초록은 살아있는 원색으로 받아 들인다. 그 자체로 존재하는 자아의 색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초록은 삶에 균형감과 안식을 선물한다. 그래서,초록은 종종 질병 치료 목적으로 이용된다. 그런 측면에서 숲속을 걸으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며, 면역력 강화에 최적이다. 질병에 걸린 사람도 육체적정신적으로 치료효과를 누릴 수 있다.

초록은 움직이지 않는 성질을 보이면서도 파랑의 수동적인 면,노랑의 능동적인 면을 동시에 표현한다. 이런 측면에서 초록은 자연의 어머니 역할을 한다. 초록에서 노란빛이 많이 감돌수록 더욱 더 명랑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 색이 주는 느낌은 극단적면을 표출한다. 그래서 이것은 독이 있어 위험하거나 허약한 의미로도 다가올 수 있다.

초록잎을 바탕으로 날렵한 아지랑이 같은 하양꽃의 자태를 만끽하는 것은 건강의 출발점이다. 실내에서 모든 가능성의 시작을 암시하는 하얀 벽지와 관상용 초록식물의 만남은 희망찬 항해의 설렘을 선사한다. 오직 건강한 환경만이 우리의 생명과 미래를 보장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